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0월 22일] 과욕은 파멸의 씨앗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때의 일이다. 한 사내가 이른 아침에 금을 파는 가게를 찾는다. 그는 전혀 거리낄 게 없다는 듯이 가게 안의 금을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주위 사람들이 기가 막혀 바라보고 있는 사이 금을 가득 채워 넣은 사내는 부리나케 문을 나선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포졸이 사내를 붙잡았다. 포졸이 "도대체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데 금을 훔친 이유는 뭐냐"고 물었다. 사내의 대답이 걸작이다. "아 내가 그랬나요. 하지만 금을 훔칠 때에는 다른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던데…." 모든 불행은 욕심에서 비롯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제인확금(齊人攫金ㆍ제나라 사람이 금을 움켜쥐었다)'이다. 이 말은 '앞뒤 가리고 않고 자신의 이익만 챙긴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최근 무형의 욕심에 눈이 가려져 앞뒤 못 가리고 제나라 사내와 같이 행동하는 사례가 주위에 빈발하고 있다. 그것도 가질 만큼 다 가진 사람들이 이 같은 작태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꼴 사납다. 대표적인 예가 신한금융지주 사태다. 신한의 다툼을 보노라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히 노욕(老慾)이 빚어낸 라응찬 회장의 행태를 보면 정말 한심하다. 그의 말을 들어 보자. 차명계좌와 관련해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해온 일이라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한다. '빅 3' 동반퇴진과 관련해서도 어렵다고 한다. 모든 일이 자신과는 상관없다고도 했다. 조직을 위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이 자신의 행동은 괜찮고 남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탓하며 자신의 임기를 늘리려고만 하고 있다. 자기만 이롭게 하려는 아전인수(我田引水)나 다름없다. 우리금융 민영화를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설전(舌戰)도 마찬가지다. 한 쪽이 "회장 용퇴"를 거론하자 "무책임"하다며 맞받아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떡 줄 사람들은 아직 생각도 하지 않는데 자신만 잘났다고 떠들고 있는 것이다. 짧은 촌을 얻은 뒤 그 보다 긴 척을 얻으려고 욕심 내는 득촌진척(得寸進尺) 격이다. 현대건설 인수합병(M&A)을 둘러싼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 간의 힘겨루기도 욕심이 빚어낸 산물이다. 양쪽 모두 자신들이 적격자라고 한다. 거기까지는 좋다. 모두 현대건설을 인수할 명분이나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대건설 인수가 절박하다고는 하지만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다툼이 감정싸움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만약 이런 대립이 인수전 끝까지 지속되거나 집안싸움으로 비쳐진다면 양쪽 모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를 우려하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귀를 가리고 남의 종을 훔치려는 '엄이도종(掩耳盜鐘)'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살다 보면 뭔가에 홀려 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순자(荀子)는 "마음이 자리를 못 잡으면 눈앞의 흑과 백을 가리지 못하고 바로 옆에서 요란한 북소리가 울려도 듣지 못한다(心不使焉, 則白黑在前而目不見, 雷鼓在側而耳不聞)"고 했다. 私慾 버리고 멀리 내다봐라 욕심은 부릴수록 더 큰 불행을 낳는다. 자신만 망가지는 게 아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이 같은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우선 자신의 마음부터 다잡아야 한다. 또'나밖에는 아무도 안 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눈을 돌려 멀리 보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뭇잎으로 눈을 가리면 앞의 태산도 보이지 않고 콩알로 귀를 막으면 우레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라 회장, 우리ㆍ하나금융, 현대차ㆍ현대그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선의의 경쟁이나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일을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최후의 승리자가 되었을 때 남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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