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수해로 고립된 지역 주민위해 소방대원들 '사랑의 등짐'

인제 소방파출소 직원들 험한 산길 넘어 생필품 전달

홍천소방서 인제소방파출소 소속 대원들이 30㎏이 넘는 구호물품과 식수ㆍ비상식량을 각각 등에 지고 인제읍 덕적리 급류를 건너고 있다. /인제=연합뉴스

집중호우로 4일째 고립돼 있는 강원도 인제 지역 고립지역 주민들에게는 평소 불을 끄던 소방서 대원들이 ‘사랑의 등짐’을 매고 다니는 또 다른 모습의 은인으로 비쳐지고 있다. 홍천소방서 인제소방파출소 직원 등과 중앙119구조대 대원 33명은 지난 16일부터 도로가 끊어지고 안개로 헬기지원이 불가능한 인제 산골에서 마치 게릴라들처럼 산을 넘고 벼랑을 타고 고립지역에 들어가 주민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물건들을 전달하고 있다. 인제 지역은 산악지역이기 때문에 일반인이나 미처 준비 안된 군인들이 30㎏이 넘는 구호물품이나 식수ㆍ비상식량을 쉽게 나를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제소방파출소 직원들과 함께 4일째 고립돼 있는 인제읍 덕적리 마을을 동행하는 길은 벼랑을 타고 물길을 몇 시간을 걸어야 하는 힘든 여정이었다. 구호물품을 등짐에 진 소방대원들은 폭우로 도로를 찾을 수 없게 되자 깎아지른듯한 벼랑 위로 우회하기 시작했다. 10여m 아래는 흙탕물이 넘실거리며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한 순간 잘못 발을 디디면 추락사고가 나거나 급류에 실종될 수도 있는 위험한 길이었다. 특히 대원들은 1시간 정도 돌밭을 헤치고 올라가다 등에 진 짐을 고쳐 매기 위해 잠시 쉬었을 뿐 수렁처럼 푹푹 파지는 뻘과 절벽을 통과해 2시간 만에 고립주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덕적리 ‘용부터’ 마을에 도착했다. 산사태가 발생해 매몰될지도 모르는 위기 속에서 주민들은 안전한 언덕에 움막을 짓고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하며 버티고 있었다. 대원들은 떡과 먹는 물을 나눠주고 84세 할머니가 급류를 건널 수 있도록 도와준 후 더 많은 주민들이 고립돼 있는 상류지역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소기응(44) 인제소방파출소장은 “구호물품을 짊어지고 몇 시간씩 강바닥과 산길을 걷다 보면 많이 힘들지만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힘 닿는 데까지 고립 주민들을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