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억여원 규모의 제3자 명의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불법 알선한 브로커들과 이를 이용해 시공 능력을 부풀린 건설 관련 업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전현준 부장검사)는 건설사 대표 등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3자명의 CD 발행을 알선해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등)로 대부업자 신모(57)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채모(56)씨 등 브로커와 회사 대표 등 1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일반 CD는 은행에 예금이 예치돼 있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금주 명의로 발행된다. 반면 제3자 명의 CD는 실제 자금주와 CD 발행 의뢰인이 달라 주로 회사의 자금 상황을 부풀리거나 범죄 행위를 감추기 위해 사용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5년부터 제3자 명의 CD 발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신씨는 2008년 12월 건설 시행사업을 준비하던 김모씨에게 액면가 100억원짜리 CD를 발행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수수료 1억2,000만여원을 받는 등 지난해 3월까지 모두 24개 업체로부터 556억원 상당의 CD 발행을 알선하고 5억6,000만여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3자 명의 CD 발행 의뢰자 김모씨는 자신의 자금 동원 능력을 과장하기 위해 실제로는 다른 사람 소유인 100억원짜리 CD의 복사본과 발행증명서를 신씨에게 건네받은 뒤 회사의 시공 능력을 뻥튀기하는 데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대부업자 채씨는 62개 업체를 대상으로 무려 2,160억원 상당의 CD 발행을 알선하고 12억6,000만여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불법 알선 브로커들은 건설업체 등에 무작위로 팩스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제3자 명의 CD 발행을 원하는 회사를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건설업체 등이 3자명의 CD 발행을 의뢰하면 서울 명동의 사채업자에게 돈을 임시로 빌려 CD를 발행하고 이를 의뢰자 명의의 CD인 것처럼 꾸며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 과정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간부는 불법인 줄 알면서 실적을 높이기 위해 CD 거래를 묵인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제3자 명의 CD는 횡령을 한 기업 대표나 분식회계, 가장납입을 염두에 둔 기업인이 주로 발행하기 때문에 거액의 3자 명의 CD만을 믿고 투자하는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불법 CD 알선 업체 수사 과정에서 예금 잔액증명서, 주금 납입금 보관증명서는 물론 통장 거래내역까지 정교하게 위조해주는 전문 위조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관련 위조 전문단의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