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한 가격 (엘렌 러펠 셸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br>대형할인마트 등장으로 인한<br>소비행태 변화와 왜곡 등 추적
| '고객'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이 왕인 시대다. 저자는 대형마트, 아웃렛을 첨병으로 내세워 저가를 추구하는 세계가 어떻게 소비자들의 욕망을 부추기고 왜곡하는지 추적한다. |
|
대형마트의 탄생과 저렴한 가격이 유통시장과 세계의 경제ㆍ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역사학자 넬슨 리히텐슈타인은 "지난 10년간 할인소매업은 제너럴모터스(GM)를 대신해 이 시대의 산업모델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대형마트의 싼 가격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뒤 20세기 초반부터 21세기 현재까지 우리 생각과 생활방식, 사회구조와 비즈니스 법칙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다소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 소비자들이 아웃렛 매장에서 벌이는 대규모의 쇼핑행위가 불러오는 다양한 양상들에 대한 사회, 심리, 경제학적 탐색이다.
저자의 기본적인 시각은 '소비자가 왕'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이 왕'이라는 것이다. 저가를 추구하는 세계가 어떤 식으로 소비자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선택에 영향을 끼치며 소비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무엇인지를 분석했다. 염가 상품들과 동거하고 있는 미국인들에 관한 얘기지만 대형마트와 최저가격 논쟁은 국내와 유사 현상이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겠다.
저자는 소비재의 대량생산과 가격하락은 궁긍적으로 소비자 공화국을 탄생시켰고 유인소매가격은 마법과도 같은 힘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인소매가격은 1만원 대신 9,500원을 제시해 소비자를 유혹하는 상품판매가격을 말한다. 실제로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심리학자 에리카 도슨은 할인율이 클수록 실험참가자들이 제품에 더 큰 호감을 보인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특히 프리미엄 명품 아웃렛의 경우 명품 여부가 불투명해도 명품이라는 단어 자체가 동화속 마법지팡이처럼 소비자들에게 마법을 건다고 비유한다.
대형마트 공짜상품에도 이런 논리가 적용된다고 지적한다. 질레트는 안전한 면도기를 공짜로 나눠주고 값비싼 일회용 면도날 수요를 창출해 큰 수익을 거두고 있고 컴퓨터 프린터와 휴대전화회사는 기기는 저렴하게 공급하는 대신 값비싼 프린터 카트리지와 휴대전화 이용료에서 수익을 찾아내고 있는 현실을 예로 든다. 아웃렛과 카지노를 비교하는 저자는 카지노와 공장형 아웃렛 모두 상대방을 이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한다며 카지노에서 그렇듯 소비자들이 아웃렛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자 에멕 바스커는 2008년 개인가처분 소득이 1% 감소할 때마다 월마트 매출이 0.5% 증가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의류할인점 티제이맥스(T.J.Maxx), 티제이엑스(TJX)도 같은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이처럼 미국의 가정경제가 바닥을 칠 때 할인점이 많은 이익을 올린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할인산업이 가난한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기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할인산업을 이롭게 하고 있다는 시각으로도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중국이 없으면 염가상품들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인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중국인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싼 가격 뒤에 존재하는 중국 제조산업의 이면도 들여다본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