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군포의 통신장비업체 김 모 관리본부장은 요즘 필요한 연구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2004년 서울 강남에서 이곳으로 회사를 옮기면서 능력있는 연구원이 입사를 꺼리는데다, 그간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 줬던 병역 특례인 석ㆍ박사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혜택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병역특례 대상자가 갈수록 줄어 들면서 지난 2004년 5명을 마지막으로 전문연구요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신청했지만 대상자가 경기북부 지역 업체에 우선 배정되면서 기회를 날렸고, 올해는 (해도 안될 것 같아) 신청조차 포기했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전문연구요원을 매년 3명 이상씩 받아 인재수혈의 통로나 마찬가지였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업체의 경우 연봉 및 수당 등에 있어 전문연구요원의 처우를 정규 사원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등 인재를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대다수 전문연구요원이 병역을 마치고 그대로 회사에 남아왔었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정부가 공대 석ㆍ박사 출신을 대상으로 중소ㆍ벤처 기업 등에서 일정기간 근무토록 하는 병역특례인 전문연구요원제의 운영규모가 지난 2003년부터 연간 3,000명에서 2,500명으로 줄어든 것이 큰 요인이다. 경기 성남 중원구에 위치한 한 IT업체도 지난 연말 경력직 연구원 채용 공고를 냈지만, 고작 대여섯명이 문의했을 뿐이다. 그것도 회사측이 원하는 인재는 없어 채용을 보류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지원자들이 서울 강남권이나 분당 등 일부를 빼곤 아예 입사를 꺼린다"며 "벤처 열풍이 사그러든 마당에 석사 이상 연구원을 채용하기는 정말 힘든 일이 돼 버렸다"고 푸념했다. 중소ㆍ벤처 기업의 인재난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취업난 속에서도 급여 여건 등을 이유로 중소업체를 기피하는 풍토가 여전한 가운데 그나마 병역특례를 통한 우수 인력 수혈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 이는 결국 우수 제품 개발 등에 차질을 불러 유망한 중소ㆍ벤처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연간 전문연구요원 정원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다는 사실. 최근까지도 전문연구요원 대상자는 지속적으로 줄어 현재는 연간 1,500명수준이다. 정원보다 1,000명이나 부족한 셈이다. 이에 비해 이들을 원하는 중소업체수는 연간 1,500개사에, 4,000~5,000명이나 된다. 단순 계산해도 최대 3,500명이 모자란다. 특히 이들을 기업에 배정할 때 지방 기업에 가점이 주어져 수도권 및 경기지역 업체는 불리하다. 병무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전문연구요원의 대상자가 줄어 모든 업체에게 인원을 배정하기가 힘들다"며 "오는 2012년까지는 2,500명인 현 정원을 유지할 계획이지만 이 정원을 채우기도 버겁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다보니 연구원 채용은 사장 등 경영진의 네트워킹에 거의 의존하는 실정이다. 안산에서 휴대폰 부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모 업체 사장은 "요즘 연구원들은 중소기업을 자기 경력의 징검다리로 이용한다"며 "능력만 있다싶으면 더 나은 조건의 업체로 전직해 단순히 기술력만 갖고 뽑기도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 반월의 IT업체 관계자는 "엔지니어의 경우 채용이 쉽지 않아 CEO가 개인적으로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업체의 성장이 어려운 가장 큰 원인이 인재 부족"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