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곰팡이(케토미움, Chaetomium)에서 분비되는 항생물질(케토신, Chaetocin)이 암의 혈관형성을 차단해 간암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19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박종완(사진) 교수가 주도한 연구에서 흙 곰팡이에서 분비되는 케토신이 직접 간암 세포를 사멸하지는 않지만, 암조직의 단백질(히프원, HIF-1)과 혈관들을 죽여 궁극적으로 간암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우리나라 5대 암(위암, 유방암, 자궁암, 간암, 대장암) 중 하나인 간암은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이나 알코올(음주)에 의해 발병하는데, 별다른 증상이 없어 대부분 간암 말기에 우연히 발견된다. 의사들은 간암 말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방사선, 항암요법, 호르몬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환자의 수명을 눈에 띄게 연장시키거나 완치하는 치료제는 개발되지 못했다. 박 교수 연구팀은 간암을 이식시킨 생쥐에 케토신을 투여하자, 간암 성장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케토신이 간암세포를 없애는 것이 아닌, 암조직의 히프원 단백질과 혈관들을 사멸하고 이것이 결국 간암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특히 케토신이 정상세포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고, 암세포 중에서도 간암세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케토신이 간암세포의 히프원 단백질과 혈관생성을 억제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인 차세대 항암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5대 암 중 하나인 간암만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도 다른 약물과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보유하여 차세대 간암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향후 케토신을 선도물질로 한 새로운 항암제 개발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간 관련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헤파톨로지(Hepatology)' 온라인 속보(12월 10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