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관, 투신 "팔자" 연기금 "사자"

투신, 펀드자금 유입 둔화로 운신폭 위축<br>연기금은 이달들어 1兆5,410억 '매수'<br>대한전선·두산·SK·LG등 수익률 높아

풍부한 실탄을 바탕으로 지수 버팀목으로 작용했던 기관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상반기 강세장을 견인했던 투신이 5일 연속 ‘팔자’에 나서면서 매도전환 신호를 보내고 있는 반면 연기금은 꾸준히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엇갈린 행보 속에서도 두 기관은 업종 대장주를 주요 타깃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 9월3일부터 전 거래일까지 투신은 누적액 기준으로 총 814억원을 시장에 내다팔았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재탈환한 이달 2일부터 투신은 지속적으로 매도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연기금은 같은 기간 동안 시장에서 1조5,410억원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지난달 18일 111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한 이후 10거래일 연속 ‘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투신과 연기금의 엇갈린 행보는 무엇보다 매수 여력 차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은 “투신의 경우 국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반면 기금은 연초 이후 미집행자금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태”라며 “이 때문에 투신과 연기금간 매매패턴이 엇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펀드 비중이 높아진 것도 투신의 매매동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 등 해외증시 호조로 해외펀드로 쏠리는 자금이 증가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증시가 투신으로부터 상대적인 소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이 같은 투신의 매도우위는 2,000선 안착 여부 및 외국인 매매 동향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겠지만 좀더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투신과 연기금간 매매동향은 어긋났지만 두 기관은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9월3일부터 전거래일까지 두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집중 매입한 상위 종목은 포스코ㆍLG전자ㆍ현대중공업ㆍ국민은행ㆍ현대건설ㆍ삼성증권 등 업종별 대장주들이다. 두 기관 모두 성적은 양호하지만 투신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투신은 전거래일 기준으로 대한전선(48.67%), 두산(45.64%), 미래에셋증권(43.71%) 등 종목에서 4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고 이밖에 SK(37.37%), 동국제강(30.71%), LG(30.24%) 등도 30% 이상 상승했다. 연기금이 사들인 종목 중에서는 SK가 37.37%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고 LG(30.24%), 삼성증권(28.29%), 두산중공업(27.22%), 현대중공업(26.35%) 등도 시장수익률을 웃도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배 연구원은 “업종별ㆍ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진행되면서 지수가 상승했는데도 하락한 종목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처럼 업종별 대장주가 장을 주도하는 장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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