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67ㆍ사진) 예일대 교수는 14일(현지시간) 미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위치한 예일대 베이네크 희귀본ㆍ문서도서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출구전략 논의는 미 경제가 그만큼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실러 교수는 자산의 적정가격과 장기적 추이를 예측할 수 있는 분석틀을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시카고대의 유진 파마, 라스 피터 핸슨 교수와 함께 지난 14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로부터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그는 미 월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실러 교수는 "연준의 천문학적이고 공격적인 양적완화에다 시장의 투기가 가세하면서 부동산ㆍ증시 등 자산 가격이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빨리 올랐다"며 "2007년의 미국 부동산경기 침체가 2008~2009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것처럼 지금 시장은 5년 전의 오류를 반복할 위험에 빠져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버블은 부동산ㆍ주식ㆍ장기채권 등 미국 자산은 물론 다른 나라, 원유ㆍ금 등 원자재시장까지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중국ㆍ브라질ㆍ인도ㆍ호주ㆍ노르웨이ㆍ벨기에 등에도 비슷한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그는 통화당국이 극단적인 가격상승을 저지하는 방향으로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러 교수는 미 정치권이 새해 예산안, 국가부채 한도 상향조정을 둘러싸고 극한대결을 벌인 데 대해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와 같은 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루 정도 디폴트를 맞더라도 세계 경제가 끝장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같은 예일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재닛 옐런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해 "전문성과 경험ㆍ도덕성을 가졌다"고 말해 잘해나갈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