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일본] 가격파괴시대 활짝

10년째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에서 「가격파괴」는 이미 새로운 단어가 아니다.가격파괴 상술은 95년께부터 일본에서 확산되기 시작해 지금도 성행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상식을 초월하는 획기적인 가격의 상품, 이른바 「파격상품」이 아니고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쉽게 끌 수가 없다. 단돈 65엔짜리 햄버거, 1,000엔 균일 슈퍼마켓, 1박 4,800엔 슈퍼호텔 등 기존 상품의 절반 가격에 판매하는 파격상품들이 최근 일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일본의 주간 경제전문잡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이같은 파격상품이성공을 거두기 위한 다섯가지 조건(키워드)으로 국제적인 조달 시스템을 통한 원가절감 가능한 최대한도의 판매·제조비용 삭감 제품별 이윤폭 조정 가격인하로 판매수량 확대 가격 우선주의를 들었다. 상품을 싸게 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자재 가격을 낮춰여야하는데 국내외 가격차이를 이용한 국제적인 조달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미 원가절감 노력을 상당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만으로는 가격인하경쟁에 대처할 수 없다. 제조에서 판매까지 나아가 회사 전체 차원에서의 비용삭감 노력이 필요하다. 또 이윤이 박한 미끼상품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다른 상품에서 이윤을 보전하는 전략은 유통업의 기본전략이다. 원가에 얼마의 이윤을 얹어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낡은 방식이다. 먼저 소비자가 선뜻 지갑을 열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하고 거기에 맞춰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원가를 낮추고 판매관리비를 깎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전의 가격파괴가 일시적인 붐으로 끝난 이유 중의 하나는 이익을 도외시한 판매전략과 출혈경쟁이 횡행했기 때문』이라면서 최근에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파격상품들은 이같은 조건들을 갖춰 대폭적인 가격인하에도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맥도날드. 1995년에 210엔이던 햄버거 가격을 130엔으로 낮춰 패스트푸드 업계의 가격인하경쟁을 촉발시킨 일본 맥도날드는 지난 98년 7월 다시 절반 가격인 65엔에 한달간 제품을 판매하는 캠페인을 전개해 업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햄버가 가격이 65엔일 경우 고객만족도가 120%에 달할 것이라는 자체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에대해 일본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는 『과연 이익을 남길 수 있을까』라며 의구심 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결과는 가격을 반으로 낮춘 햄버거의 판매량이 전년 동월보다 무려 9.6배나 늘어났으며 전체 매출과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도 증가세를 보인 대성공이었다. 일본 맥도날드의 성공비결은 먼저 115개국에 2만5,000개의 점포를 가진 거대한 구매정보망을 통한 낮은 조달비용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함께 주방의 기계화, 본사 컴퓨터의 업그레이드, 중견직원의 독립점포 지원 등으로 전체경비를 줄였다. 또 햄버거 이외에 음료, 야채 등 세트메뉴 판매증가에 따른 이익보전, 선물거래를 통한 환리스크 회피와 환차익 등도 맥도날드의 성공을 가능케한 요인이다. 이밖에 일반잡화 뿐 아니라 식료품까지 모두 100엔에 파는 슈머마켓인 「불독」이 최근 일본 주부들을 유혹하고 있다. 일반 슈퍼에서의 특판상품과 같은 미끼상품을 모두 갖춰놓은 형태로 비교적 좁은 매장에서 적은 인력, 낮은 시설비 등으로 원가를 낮췄다. 모든 잡화를 100엔에 파는 다이소(大創)산업은 현재 점포수가 1,000개를 돌파했으며 98년도 매출액도 76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슈퍼호텔 체인은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1박에 4,800엔에 불과한 서비스를 제공해 80% 이상의 객실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또 도쿄 시부야에 있는 한 미용실은 커트 요금을 1,000엔으로 낮춰 성공을 거둔 케이스. 한편 가네보와 같은 일본의 유명 화장품회사는 기본제품의 3분의 1에 불과한 저가 화장품을 내놔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늘리는 개가를 올렸다. 이같은 파격상품의 등장은 외국업체들의 진출과 함께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장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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