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서울경제TV] 롯데, 후계 분쟁 후폭풍… 창사이래 최대위기

불매운동에 그룹 세무조사…정치권, 한목소리 질타

면세점·카지노리조트 ‘위태’…그룹 전체 매출감소 우려

롯데그룹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신격호·동빈 부자 갈등으로 번지면서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모습이다.

이 가운데 비밀스러운 그룹의 지배구조와 족벌들의 ‘손가락 경영’, 기업 국적 정체성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반(反)롯데’ 정서가 사회 전반에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롯데제품 불매운동에 들어가고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롯데의 행태를 질타하면서 재벌개혁이 이슈로 부상했다.

국세청은 롯데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고, 알짜 면세점인 롯데 소공점의 재승인 사안이 이번 사태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관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소비재 제조와 유통 산업이 중심인 만큼 불매운동이 확산할 경우 그룹 전체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 계열사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 롯데 경영 감시를 강화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국민연금공단이 롯데푸드(13.31%)의 단일 최대 주주이자 롯데칠성음료(12.18%)와 롯데하이마트(12.33%)의 2대 주주인 만큼 이번 롯데 후계분쟁으로 생긴 유무형의 손실에 대해 경영진에 책임을 물으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공단이 롯데 주주총회를 소집해 따지라고 주문했다.

여야 정치권도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한 목소리를 질타하고 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롯데 사태를 두고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규정했다.

서 의원은 “롯데는 국민 삶에 가장 밀접한 기업으로, 당연히 국민으로부터 큰 혜택을 본 국민 기업이지만 후진적 지배구조, 오너 일가의 정체성과 가풍 모두 우리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소수 지분으로 대기업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황제경영’이 롯데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높아지는 만큼 차제에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입법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은 호텔 롯데가 지배구조의 정점이다. 호텔 롯데의 단일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이고 12개로 나뉜 L투자회자들의 보유 지분이 72.65%에 달한다. L투자회사는 완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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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80개에 가까운 롯데그룹의 자산규모는 93조4,000억원이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고작 0.05%, 자녀 등 친인척의 지분도 2.36%에 불과하다. 총수 일가의 이런 ‘쥐꼬리’ 지분은 한일 롯데그룹의 정점인 일본 롯데홀딩스와 고준샤(光潤社)에 집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는 416개에 이르는 순환출자를 비롯한 계열사 출자로 그룹을 지배하는 전형적인 총수 경영 체제라고 할 수 있다.

롯데 계열사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세무조사도 확대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롯데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홍기획은 롯데그룹 계열사에서만 90%에 가까운 물량을 수주하는 광고 계열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홍기획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언제든 여타 관련 기업으로 조사가 활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소비자단체들은 물론 정치권에서 롯데그룹의 수상한 지배 구조를 파헤쳐야 한다는 요구가 비등하기 때문에 세무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이참에 실체에 접근해 불법 행위를 포착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롯데의 주력사업으로 연말 재입찰 예정인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어 롯데그룹이 바짝 긴강하고 있다.

롯데 분쟁 사태로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배정하는 특혜사업인 면세점을 롯데에 줘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서울 시내 6개 면세점(HDC신라·한화갤러리아 등 신규 면세점 제외)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알짜 면세점이다.

사실 관세청의 심사로 5년마다 재입찰이 이뤄지는 면세점 사업은 여론의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다.

롯데그룹이 2013년부터 추진하던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공개도 사실상 미뤄졌다. 롯데정보통신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7.5%),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4%),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3.5%) 등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어 후계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기업공개 무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롯데그룹이 부산 북항에서 추진하는 신규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도 오너리스크로 인해 타격이 예상된다.


한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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