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수도권 발전대책의 보완점

류중석<중앙대교수·도시설계학>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인한 서울과 수도권의 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정부가 고심 끝에 발표한 수도권발전종합대책에 대한 비난의 물결이 거세다. 경기도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것을 중앙정부가 재탕했다고 불만이다. 강원도를 비롯한 비수도권에서는 이번 대책이 비수도권의 희생을 담보로 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도 새로운 것은 없고 기존 정책들을 모아놓은 하급백화점 정책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글이 올라와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정책 추진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 내부에서조차 백지화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핵심은 첫째, 너무 많은 정책들을 나열하다 보니 수도권의 경쟁력을 언제까지 어떠한 방법으로 강화시키겠다는 핵심전략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이 대책으로 수도권에 또 다른 집중과 과밀을 초래하고 부동산 열풍을 부채질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셋째, 수도권의 발전이 비수도권의 희생 없이도 가능하다는 점을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도권 내의 각 시ㆍ도간의 입장 차이와 비수도권의 불만을 모두 해소시킬 수 있는 수도권발전종합대책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대책은 최소한 다음과 같은 점만이라도 개선돼야 한다. 먼저 수도권 내 각 도시별로 발전대책을 나열하기보다는 핵심전략을 강조해야 한다. 수도권발전종합대책이 수도권 내의 각 시ㆍ도에서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내용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러한 내용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상위계획인 만큼 그러한 세부대책들을 아우르는 큰 틀을 제시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핵심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와 추진전략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 점이 부족해 기존 정책의 백화점식 나열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서 제시된 서울시의 세계도시화프로젝트나 정부청사 및 공공기관 이전 부지의 활용방안은 자칫 잘못하면 경쟁력 강화를 빌미로 한 제2의 수도권 집중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전 부지는 가능하다면 공원녹지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전에 필요한 재원조달 때문에 불가피하다면 부지 매각은 수도권 내에서의 이동이나 기능 분산에 국한시켜 더 이상의 수도권 집중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도권의 시ㆍ도별 인구지표제를 도입해 오는 2020년까지 수도권의 인구를 현재 수준으로 안정화시키겠다고 하는 정책은 이런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서울의 세계도시화, 인천의 동북아관문도시화, 경기도의 7개권역 첨단ㆍ지식기반산업 육성 등의 대책들이 추진될 경우 관련 인력 수급상 인구가 집중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수도권 내부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도입하는 정비발전지구는 또 다른 부동산투기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핵폭탄이다. 낙후도가 심한 접경지역의 발전은 필요하겠지만 자연보전권역까지 정비발전지구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이번 대책에 대한 비수도권에서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 대책 시행 전후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산업 등의 변화 예측치를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막연히 구호로만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전략이라고 외치는 것을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정부의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수도권도 지원하고 지방도 지원한다니 과연 이런 셈법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냥 어떤 업종을 지원한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 대상이 되는 업종에 대한 지원금액과 지원시기 등 구체적인 지원 방법에 대한 후속대책이 조속히 수립돼야 한다. 보완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정부는 국제용역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우리가 풀지 못하는 문제를 국제 전문가라고 쉽게 풀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 도시계획 전문가들도 국제적 시각과 안목을 갖춘 분들이다. 오히려 국제용역을 한답시고 우리나라 사정에 어두운 외국 전문가들이 원론적인 해법만 제안한다면 시간과 돈만 낭비할 수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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