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손발 따로노는 금감원

“은행들이 판매한 주가지수 연동 정기예금의 자금운용을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들에 위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내 증권사들은 발붙일 틈이 없어요. 들러리만 서는 셈이지요.” 금융감독원의 A국장이 은행의 주가지수 연동 정기예금에 대해 얘기하면서 털어놓은 문제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지수연동 예금을 싹쓸이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불만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10분 후 담당 팀장을 찾아가자 전혀 다른 말을 했다. “누가 그런 말을 합니까. 현재 주가연동 정기예금은 은행에서 모두 자체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으면 데리고 오세요. 현장실정도 전혀 모르면서 그렇게 말하면 안되죠.” 한마디로 시장상황을 전혀 모른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는 금감원 내부에서도 그런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증권사의 입장만을 반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두 사람의 얘기가 전혀 다르다. 한 사람은 증권을 담당하고 있고 다른 쪽은 은행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이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사실확인 결과 은행에서 운용하고 있는 주가연동 정기예금 가운데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외부에 위탁운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부서의 입장에 따라 같은 사안이라도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무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것이 업무적인 차원을 넘어 감정적인 대응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언뜻 보면 은행과 증권 두 분야는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업무영역과 구분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감독기관의 상호협조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주가지수 변동 상품이 그렇고 방카슈랑스제도도 그렇다. 만약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번에는 서로 `네 책임`이라고 떠넘길 것인가.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려면 누군가는 구멍을 막아야 하고 누구는 물을 부어야 한다. 여기에는 상호신뢰가 바탕에 깔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을 아무리 퍼다 부어도 독은 비어 있을 따름이다. <송영규기자(증권부)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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