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치부공개 용기 “신선한 충격”/김한종 이사장 번민끝 결단 화제

◎국민비난 불구 “안전건설 계기” 위안『부실시공을 감추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공개하게 됐습니다.』 한국고속철도공단 김한종 이사장이 16일 경부고속철도 시험선 구간에 대한 안전진단 결과를 숨김없이 공개하면서 한 말이다. 세계적인 감리회사인 미국 WJE사가 6개월 동안 실시한 진단 결과는 예상대로 전반적 부실이었다. 그러나 고속철도의 이같은 치부를 그대로 국민 앞에 드러내 보인 김이사장의 「용기」만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단 숨기고 보자」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우리 건설현장의 실상을 감안하면 그의 결단은 분명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후손들이 탈 고속철도를 속임수로 건설해서는 안된다는 신념에서 비난받을 각오로 알몸을 드러낸 것입니다.』 김이사장은 건설부 공무원으로서 수십년간 쌓아온 입지를 스스로 벼랑 끝에 세워야 하는 번민 속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고속철도를 만든다는 일념」으로 전면적인 안전진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을 결심하기까지는 걸림돌이 적지 않았다. 재시공에 따른 공사비 증가를 우려한 시공업체들은 공공연히 불만을 토로했다.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 하느냐』는 정부의 보신주의자들과도 맞붙어 싸워야 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직원들의 곱잖은 시각도 만만찮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지난해 7월 김영삼 대통령에게 경부고속철도의 부끄러운 실상을 고백하고 전면적인 안전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보고했다. 김대통령은 그에게 『공사기간에 얽매이지 말고 안전에 한치의 오차도 없게 하라』 『후손과 역사에 죄를 지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당부는 김이사장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현장 시찰 후 곧바로 공정 재조정을 발표하고 안전진단에 돌입했다. 그는 이번 진단결과 일시적으로 국민들에게 비난을 받겠지만 병의 원인을 알아냈다는 점에서 더욱 안전한 고속철도를 건설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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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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