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황무지에서 시작한 삶… 축복일까

■ 땅의 혜택

크누트 함순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이사크는 무관심한 척, 그녀가 나와 볼 필요는 없는 척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자신이 그를 기쁘게 한다는 걸 알았다. 때로 둘은 이상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여기 나와 얼어 죽는 것밖에는 할 일이 없나?" 이사크가 말했다. "안 추운데요." 잉에르가 대답했다. "하지만 당신이야말로 과로로 병이 들 거예요." "저기 내 옷 있으니까 입어." (중략)이 외로운 사람들은 볼품없고 제멋대로였지만 서로에게, 가축들에게, 땅에게는 축복이었다.』

192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국민 작가 크누트 함순의 대표작 '땅의 혜택'이 번역 출간됐다.


소설의 주인공 이사크는 바로 함순이 추구하던 이상적 삶을 사는 인물이다. 함순은 산업화·도시화에 비판적이었고, 근대 문명의 공허함 속에서 인간다움을 되찾기 위해서 자연으로 돌아가 땅을 경작하면서 소박하게 살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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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살지 않는 깊은 산 속 황무지에 자리 잡은 이사크는 어느 날 찾아온 잉에르와 함께 묵묵히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가축을 기른다. 잉에르와 아들 엘레세우스가 도회지에 마음을 빼앗겨도, 광산 개발과 함께 산 아랫마을이 들썩여도 그는 굳게 디딘 땅에서 떠날 생각조차 않는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의 삶 속에는 거짓도 위선도 없으며, 그 또한 일한 만큼 거두는 삶에서 깊은 만족과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이사크와 가족들의 흘러가는 시간과 그들이 겪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과장되지 않은 간결한 문체로 써내려갈 뿐인데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다. 쉽고 편안한 문장이 몰입을 돕는다.

참고로 잘 알려졌다시피 작가는 2차 대전 중 친 나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역자는 "1917년에 나온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1930년대 사건들을 고려해야 할지는 전적으로 독자 개인의 판단에 맡길 문제"라고 했다. 1만5,500원.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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