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2월 25일] <1629> 국립은행법


'자본의 3분의1을 재무부 채권(TB)에 투자하는 은행은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링컨 대통령이 1863년 2월25일 서명한 국립은행법(National Bank Act)의 골자다. 링컨은 마지못해 서명했다고 전해진다. 의회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상원 표결에서는 23대21, 하원에서는 78대64로 간신히 통과됐다. 반대가 많았던 이유는 은행가들에 대한 반감. 민간은행들이 정부에서 발행하는 그린백과 똑같은 형태의 화폐를 발행할 권리를 가질 경우 화폐주조 차익을 누리기 위해 통화를 남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링컨도 같은 생각이었으나 당장 전쟁에 쓸 돈이 급했다. 3억달러가 발행된 불태환지폐 그린백의 추가 발행(1억5,000만달러)이 의회의 반대로 막혀 있던 상황. 결국 링컨은 의회가 그린백 추가 발행안에 동의한다는 조건으로 국립은행법을 받아들였다. 은행들을 감독하기 위한 통화감독청(OCC) 신설이라는 보호장치가 마련됐지만 은행들은 화폐발행권을 마음껏 누렸다. 민간의 화폐발행은 구조적 국가채무로 굳어졌다.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는 '남북전쟁 직후 연방정부의 재정이 오랫동안 흑자를 기록했는데도 국가채무가 줄지 않은 것'을 채무가 감소해 재무부 채권이 부족해지면 화폐발행의 기반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한 민간은행들의 입김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법안 제정을 주도했던 샐먼 체이스 당시 재무장관은 훗날 '은행들의 힘을 연방정부에 버금갈 정도로 키운 국립은행법은 가장 심각한 착오'라며 땅을 쳤다. 국립은행법에 의한 민간은행의 화폐발행은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5년 폐지됐으나 그 흔적이 미국의 중앙은행제도에 깊게 남아 있다. 중앙은행을 정부가 아닌 자본가들이 설립하게 된 점 자체가 은행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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