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원·엔환율 작년말보다 9% 하락

무역적자 30억弗늘고…성장률 0.42%P 떨어져


원ㆍ엔 환율이 지난해 말보다 9% 가량 하락함에 따라 무역수지는 30억달러 이상 악화되고 경제성장률은 0.42%포인트 가량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원ㆍ엔 환율 ‘1대9’ 현상이 지난 2월부터 4개월 이상 고착화되면서 한국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은 쇠약해지고 이에 따라 무역수지와 성장률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최근 개발한 거시계량경제모형 ‘BOK04’를 바탕으로 원ㆍ엔 환율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산출한 결과 원ㆍ엔 환율 하락으로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30억2,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월평균 무역수지 흑자규모 23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원ㆍ엔 환율은 이달 20일 현재 921원78전으로 지난해 말(1,012원7전)보다 8.9% 하락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보다 2.6% 하락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은 0.16%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는 13억3,000만달러 적자요인이 생겼다. 같은 기간 중 엔ㆍ달러 환율은 6.5% 상승, 국내 성장률이 0.26%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는 16억9,000만달러 적자가 예상됐다. 이에 따라 원ㆍ엔 재정환율 하락으로 성장률이 0.42%포인트 감소하게 됐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이 일본보다는 중국과 경쟁하는 경우가 많아 원ㆍ엔 환율 하락이 과거처럼 곧장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엔ㆍ원 환율 하락세가 외환당국의 예상과는 달리 구조화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해외 경쟁력에 큰 상처를 주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외환위기 이후 황금비율로 유지돼왔던 원ㆍ엔 환율 ‘1대10’ 비율은 2월18일 100엔당 968원을 기록하며 5년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외환당국은 엔ㆍ달러 환율과 원ㆍ달러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에 따른 일시적인 하락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 예상과는 달리 원ㆍ엔 환율은 이후 하락세를 더해가며 4개월째 900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진행된 원ㆍ엔 하락으로 엔화는 상대적으로 원화에 대해 절하됨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자동차의 경우 일본 수출품목이 한국보다 갈수록 가격경쟁력이 생기고 있다”며 “원ㆍ엔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다른 업종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연구소의 신승관 박사는 “일본기업들이 과거 엔화 하락기에 가격을 내려 우리 시장을 잠식했다”며 “원ㆍ엔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둔화율이 1~2% 가량 생겨 연간 수출이 최소 50억달러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원ㆍ엔 환율이 언제쯤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까. 외환당국은 조만간 원ㆍ엔 환율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몇 달 전에 비해 원ㆍ달러 환율 상승시 기업들이 내놓는 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며 “원ㆍ달러 환율이 조만간 1,010원대를 뚫고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서울 외환시장의 달러공급 우위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원ㆍ엔 환율은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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