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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은퇴통로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돈을 벌어야 하는 노동시장의 악화와 그 돈을 증식시켜야 하는 금융시장의 낮아진 수익성이 은퇴준비를 힘겹게 하고 있다.
노동시장은 일반 가구의 최대 소득원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 금액은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비교적 꾸준히 오르던 근로소득이 2007년부터 현재까지 대략 6년 동안은 350만원(통계청, 월평균 근로소득) 부근에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정체상태에 있다. 매년 물가는 오르고, 경제는 성장하는데 근로소득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가계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돈을 벌기도 힘들지만 그나마 번 돈을 굴리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의 자산시장 환경이 노동시장 못지 않게 녹록하지 않은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 가구의 최대 자산인 부동산 시장이 최근 몇 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장기간 상승 추세를 보이던 부동산 가격이 최근에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서울지역의 아파트가격은 최근 21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시장 환경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예금금리의 경우, 1990년대 후반만 해도 10%내외였지만 현재는 3%대 초반까지 하락한 상태다. 금리자체가 낮아져 이자수익이 크게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자가 시중의 물가상승률도 따라가기 버거워 실질소득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3.4%로 현재의 예금금리 3.1%보다도 높다.
돈을 버는 것도 쉽지 않고, 돈을 굴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은퇴를 준비하는 것 역시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100세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퇴준비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만큼,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은퇴 이후 30~40년을 아무런 준비없이 맞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돈을 투자할 만한 여력도 환경도 이전보다 악화된 상황이라면 그 대안으로 시간의 투자량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좀 더 빨리 그래서 좀 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작은 금액이라도 오랜 시간 투자를 지속해서 차근차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시간투자의 효과는 대단하다. 자신의 60세 이후 은퇴자금을 5억원으로 예상하고 50세부터 준비하려면 월 333만원씩을 꼬박꼬박 저축해야 한다(연 5% 금리가정). 하지만 40세부터 준비한다면 월 130만원이 필요하고, 30세부터 준비한다면 월 66만원이면 충분하다. 시간의 투자량을 늘릴수록 준비해야 하는 자금이 빠르게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것이 바로 시간투자의 효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