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SK와 SK C&C의 합병에 반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내세운 첫 번째 반대 근거는 양사의 합병비율이 SK 주주에게 불리한 쪽으로 정해졌다는 점이다. SK그룹이 SK C&C 주가는 과대평가되고 SK 주가는 과소평가되는 시점을 잡아 합병을 결정해 오너 일가의 합병회사 지배력을 높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논리가 설득력을 갖자면 합병비율 산정방법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잘못 정해져 SK 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SK는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결정하도록 규정한 자본시장법에 따랐을 뿐이다. 두 번째 반대 근거인 자사주 소각 시점도 그렇다. 국민연금은 SK그룹이 자사주 소각 계획을 합병결의 공시일에 발표해 그 효과(주가 상승)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 계획을 합병 공시 전에 발표했다면 시장에 합병계획이 바로 알려져 합병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SK 측 해명이 훨씬 설득력 있어 보인다.
SK와 SK C&C 간 합병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무척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복잡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를 계기로 합병회사가 막대한 현금자산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양사 합병이 발표된 후 SK와 SK C&C 주가가 오른 점이 이 같은 시장의 평가를 보여준다. 양사 합병에 대해서는 글로벌 의결권 기구인 ISS도 찬성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더욱이 ISS의 결정은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의 찬반 여부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의사결정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은 물론 기관투자가들도 찬성하는 양사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선 국민연금을 이해하기 힘들다. 당장 외국 투기자본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사사건건 딴죽을 걸고 있는 마당에 국민연금이 마치 이를 조장하는 것처럼 비쳐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