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국민여론 무마·조직혁신 포석

5·10년 내다본 '경영 그랜드플랜' 구축<BR>계열사별로 독립·책임경영 강화 의지도<BR>他그룹도 명칭변경등 개편 불가피할 듯


■ 구조본 축소 배경·전망 삼성이 8년만에 구조본 대수술을 단행한 것은 무엇보다 ‘반삼성’ 분위기를 해소하고 ‘느슨해진’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명실상부한 계열사별 독립ㆍ책임경영체제를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5년, 10년 후를 내다본 삼성그룹 경영모델의 그랜드 플랜”이라며 “미래의 환경변화를 대비한 유연한 조직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하며 국민에게 고개 숙인 2ㆍ7 대국민사과에서 구조본의 개편은 이미 시사됐다. 삼성측은 당초 법무실 분리와 인원 축소 차원에서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외면하기는 어려웠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와 함께 그룹 내부에서도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새로운 ‘씽크탱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구조본 개편으로 연결됐다. “비대해져 느슨해졌다”는 이건희 회장의 지적처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는 계열사의 자율과 독립경영체제로 빠르게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민첩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반삼성’의 여론 무마=삼성 구조본의 태생은 지난 98년 4월 외환위기(IMF). 계열사 축소와 5만명의 인력 감축 등을 진두지휘하며 구조본은 삼성의 의사결정구조를 회장→구조본→계열사로 만들었다. 위기상황에서 구조본은 강력한 파워집단으로 부각되며 삼성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다는 긍정적인 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안기부 불법도청사건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시비가 불거지면서 구조본은 ‘황제경영’의 집행기구로 국민들에게 비쳐졌고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삼성공화국’의 실체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구조본의 역기능은 결국 삼성식 경영의 상징인 구조본에 칼을 대게 만들었고 전력기획실이라는 다소 유연한 조직으로 축소ㆍ개편됐다. 물론 일각에서는 구조본을 이름만 전략기획실로 바꾸고 실질적인 축소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 상황에서 이번 구조본 개편이 반삼성 여론을 얼마아 희석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구조본 축소ㆍ개편과 함께 삼성은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도 개편했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전략기획위원회로 바꾸며 기존 멤버중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 최도석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사장,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을 빼고 이종왕 법무실 고문과 김순택 삼성SDI 사장을 추가했다.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를 위해 전략기획위원회를 업종 CEO로 교체한 것이다. 또 관리의 삼성의 상징이었던 계열사 감사, 경영진단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 삼성 관계자는 “구조본 경영진단팀의 계열사 감사기능 대부분을 계열사들에게 넘겼다”며 “계열사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경영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1실 5팀에서 3팀으로 축소된 전략기획실은 ‘통제’와 ‘관리’ 보다는 말 그대로 전략을 만드는 일에 치중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등 계열사 경영결정을 위해 구조본 재무팀과 상의한던 것에서 이제는 계열사들의 자체 결정 범위가 더욱 커지며 순발력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변화에 주목=‘삼성공화국’의 실체로 여겨졌던 구조본이 축소ㆍ개편됐다고 하지만 외형상 보기에는 예고했던 법무실의 분리와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다. 문제는 통제와 관리의 기능에서 미래전략 수립의 기능으로 바뀌겠다는 삼성이 어떤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냐에 있다. 또 부정적 기능만 부각된 구조본이 긍정적 기능을 알리며 반삼성 여론을 어떻게 해소할 지도 관건이다. 삼성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삼성이 변할 것이고 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달라진 삼성의 모습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는 삼성의 결정에 대해 대체로 환영의사를 보이면서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구조본을 갖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은 여론 동향을 주시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방식으로 기업이 유지되는 한 구조본 기능은 불가피하다”며 “계열사간 중복투자 등을 막는 등 순기능을 무시하고 무조건 죄악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그룹들도 삼성처럼 구조본 명칭을 변경하는 등 일부 조직 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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