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혼돈 시대에 빛난 제자백가 지혜

천천히 걸으며 제자백가를 만나다

채한수 지음, 김영사 펴냄


한비자는 조국인 한나라가 쇠약해지는 것을 보고 왕에게 글을 올려 정치, 사회의 문제를 지적했으나, 왕이 이를 외면해 어지러운 정치를 바로 잡을 수 없었다. 이에 법치를 근간으로 하는 '한비자'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에서 한비자는 법가사상을 두루 살펴 구체적인 시행 방법을 자세히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 설화, 우화 등을 엮었다.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하기 전 '한비자'를 보고 "내가 이 사람을 만나 이야기할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묵자'는 묵자와 후학들의 저작을 엮은 책으로 반전론, 박애, 만민평등, 절용 등 민생과 직결된 사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시 이 책은 위정자들의 입맛에 맞지않다는 이유로 금서로 낙인 찍히면서 널리 읽히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묵자'가 다시금 조명받고 있는데, 바로 평등이나 인본주의사상, 나눔의 철학 등 보편적 인류 가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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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00년 전에 쓰여진 이야기지만 한비자나 묵자 등 중국 제자백가의 철학사상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제자백가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한 수많은 사상가와 학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수십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고전 문학을 가르친 저자는 다양한 일화 뒤에 자신만의 시각을 담은 해설을 실어 우리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전쟁과 내란, 굶주림으로 점철됐던 춘추전국시대는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등 새로운 사상이 끊임없이 잉태되던 시기였다. 이들 자유사상가는 난세 속에서 끊임없이 인간과 사회에 대해 성찰했고 그 결과 정치·사상·문화면에서 보기 드문 지성의 황금기를 열었다. 실제로 춘추전국시대 550년 동안 동양사상의 근간이 완성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사상가들은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치열한 지식 싸움 속에서 모든 시대에 통용되는 진리를 발견했던 것이다.

공자의 사상인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중심으로 오늘날까지 동양 사상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유가의 성전인 '논어', 전국시대 대유학자이자 정치사상가였던 맹자가 위민과 왕도정치를 주창한 정치철학서의 백미 '맹자', 인간관계 및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도리 등을 은유적인 예로 정리한 사상의 완결판 '여씨춘추' 등 10권의 책에 담긴 다양한 일화는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현대인에게도 깊은 깨달음을 준다. 게다가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각색하고, 친절한 해설을 곁들인 저자의 노력이 책을 읽는 재미를 키워준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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