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은 인류에게 상상도 못했던 온갖 선물을 가져다 주었다.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평균 40세를 가까스로 넘었던 인류의 평균수명은 이제 70세에 가까워져 고령화 사회를 걱정해야 하는 정도가 됐고, 편지 한 통 주고 받은 데에만 한달 씩 걸리던 시절을 거쳐 지구 반대편의 소식도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밖에도 우리는 기술이 인류에게 부여한 크고 작은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안겨준 기술이 앞으로도 지속 발전하면서 먼 미래에 인류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책은 기술의 발전에 대한 핑크빛 상상을 책으로 담아냈다. 저자들은 나노기술, 생명공학기술, 신경공학, 정보통신 기술 등 21세기 가장 유망한 기술로 꼽히는 네 개 분야의 발전방향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2050년 이후 인류가 맞게 될 삶의 모습을 예측한다. 저자들은 그때가 되면 인류가 1,000살을 살게 될 가능성이 있고, 궤도위성 발전소가 태양에너지를 지구로 직접 전송하게 되어 에너지로 인한 환경공해가 사라질 것이며, 개인들이 필요한 물건을 직접 생산해서 바로 쓰는 휴대용 공장이 생겨날 것이라고 미래의 삶을 설명한다. 여기에다가 저자들은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같은 SF소설가들의 책에서나 등장했던 미래의 모습까지도 구체화시킨다. 인류가 제2의 지구를 찾아 우주로 나갈 것이고, 달처럼 가까운 지역은 우주선이 아니라 엘리베이터로 직접 연결된 우주통로를 통해 직접 왕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이 장밋빛 미래만 제시할 뿐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가 치러야 할 반대급부에 대해선 거의 돌아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 저자는 보호와 보존이란 이름으로 인간복제, 맞춤형 아기 등의 기술을 제한하고 환경의 개발을 지나치게 제한하려는 일련의 생각들을 '인류가 가고 있는 보수적인 길'로 규정한다. '기술의 진보로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해서 쓰여진 이 책은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인간성의 상실 같은 디스토피아적 상상은 애써 무시한다. '모든 게 잘 될 꺼야'라는 식의 상상이 제발 실현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기술이 인류의 발목을 잡았던 역사적 예도 얼마든지 있었기에 저자의 이런 일방적인 생각에 아쉬움이 안 남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