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MK 긴급 출국… 주춤한 미국시장 해법 찾는다

유럽 이어 미국서도 현장경영 "경쟁차 할인공세에 연연 말라"<br>제값받기·과감한 마케팅 주문



정몽구(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주춤한 미국 시장을 점검하기 위해 20일 긴급 출국했다.

정 회장의 이번 미국 현장경영은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유럽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특히 정 회장은 이날 출국에 앞서 미국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가 창의적 마케팅과 품질경영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면서 일본 업체들을 겨냥, "경쟁차 할인공세에 연연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앞서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유럽 현장경영을 통해 현대ㆍ기아차의 독보적인 성장을 이끌어낸 정 회장이 이번 미국 현장경영에서도 특단의 처방을 내리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시장서 위기의식 느껴=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날 정 회장의 출국은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의 상황을 점검하고 위기돌파 해법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정 회장은 가장 먼저 로스앤젤리스(LA)의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판매 전략을 점검한 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방문해 생산 차량의 품질을 점검할 계획이다.

현대ㆍ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최근 일본과 미국 브랜드의 재도약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춤한 판매 상황을 점검하고 이에 따른 대응 지침을 수립ㆍ전달하기 위해 긴급 방문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ㆍ기아차는 올 들어 7월까지 미국에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현대차 10%ㆍ기아차 16%) 판매를 늘리는 데 그쳤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이 기간 도요타 28%, 혼다 19%, 닛산 15%, 스바루 23%, 마쓰다 14%의 판매를 늘리며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과 동남아 대홍수의 후유증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관련기사



미국 업체 중에서는 크라이슬러의 판매가 28% 늘었고 유럽 차 중에서는 폭스바겐이 30% 신장했다. 두 업체 모두 현대ㆍ기아차와 직접 경쟁하는 대중 양산차 브랜드다.

◇MK, 두 가지 해법 제시=정 회장은 일단 미국에서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할 방침이다. 첫째,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과감한 마케팅을 펼치라는 주문이고 또 하나는 경쟁사의 할인공세에 의연하게 대처해 '제 값 받기' 판매 방식을 고수하라는 지침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정 회장은 일본 업체들이 올 들어 본격적인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위협하는 상황에 대해 현지 임직원들과 대해 집중 논의할 계획"이라면서 "경쟁사들의 할인공세에 연연해 하지 말고 제 값 받기 정책을 지켜 경영 내실화를 강화하라고 지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쟁사의 할인공세에 맞불을 놓지 말고 오히려 이를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계기로 삼으라는 게 정 회장의 핵심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이 밖에도 정 회장이 유럽에서와 같이 미국에서도 '특별한 지침'을 내리고 갈 것으로 관측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 회장은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을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에 방문해 "유럽 시장의 강자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될 텐데 이때야말로 현대ㆍ기아차가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을 펼쳐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특명을 내린 바 있다.

정 회장의 유럽 특명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상반기 유럽에서 12.2%, 25.1%씩 판매를 늘리며 세계 차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시기 폭스바겐그룹(-6.3%), 푸조시트로엥그룹(-13.7%), 르노그룹(-16.8%), GM그룹(-10.7%), 포드(-9.9%), 피아트그룹(-16.5%), 혼다(-10.8%)은 물론이고 BMW그룹(-0.5%), 도요타그룹(-1.1%), 닛산(-3.2%) 등도 소폭이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지 못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정 회장은 현지공장 생산차량의 초기품질을 점검하는 데 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면서 "시장상황과 경쟁환경, 차량품질과 마케팅 현황을 종합 파악한 뒤 귀국 직전 처방을 내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맹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