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대한민국 상생 컨퍼런스] 현대백화점, 자금·교육 등 전방위 지원 협력사와 '윈윈'

하병호(왼쪽 두 번째부터)와 김규태 기업은행 수석부행장, 김인권 현대홈쇼핑 사장 등이 현대백화점그룹 기업은행 동반성장펀드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현대홈쇼핑 등 계열회사와 실천 중인 상생경영의 핵심은 ‘FEC’다. FEC란 상품개발과 경영 등에 소요되는 실질적 자금(Fund) 지원은 물론 교육(Education)과 문화(Culture)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이 회사는 중소 협력업체가 현재보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해 7월 기업은행과 공동으로 조성한 동반성장펀드다. 현대백화점은 출범 당시 140억 원 규모로 조성됐던 동방성장펀드에 올해 460억 원을 추가 투입, 규모를 키웠다. 이를 통해 약 1,000개의 중소 협력업체들에 기업별로 1년에 최대 3억 원까지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 관계자는 “연간 7%의 이자를 적용 받는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펀드에서 3억 원을 대출할 경우 연 5.22%의 우대 금리를 적용 받아 연간 534만원의 직접적인 이자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은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지급일을 올 7월 대금부터 기존의 30일에서 10일로 단축하는 등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협력업체 상품에 대한 무료 방송을 연간 24회에서 152회로 늘리는 등 중소 협력업체나 사회적 기업의 실질적인 판로 확대를 돕고 있다. 또 지난 2009년 7월부터는 매년 우수 중소 협력회사를 선정, 신상품 개발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올 투게더 후원 협약식’을 진행 중이다. 올 들어 4회째를 맞는‘올 투게더 후원 협약식’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 사정으로 상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협력회사들에 무상으로 신상품 개발자금을 지원하고 판로를 확보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또 다른 현대백화점 측 관계자는 “대금지급일 단축만으로도 중소 협력회사들은 연간 1조5,0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 받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난 해 설립한 동반성장 펀드의 규모도 크게 늘리는 등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중소협력회사와의 상생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홈쇼핑의 연간 152회 무료방송은 홈쇼핑 업계 내 최고 횟수”라며 “자금 지원뿐 아니라 직원 역량 강화, 판로 제공 등 중소기업에 대한 입체적 지원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인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신설했다”고 덧붙였다.


교육도 현대백화점과 각 계열회사가 상생을 위해 실천 중인 부분 가운데 하나다. 현대백화점은 이 달부터 협력업체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동반성장 아카데미’를 신설해 마케팅ㆍ영업력ㆍ회계실무 등 경영 노하우를 공유한다. 또 우수 중소기업 육성 및 상품 공동개발을 위한 공모전 등도 정기적으로 개최, 협력 중소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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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하병호 현대백화점 대표가 2010년 도입한 ‘협력사 문화상생 프로그램’으로 감성적 접근도 꾀하고 있다. ‘협력사 문화상생 프로그램’이란 백화점 VIP 고객들을 위해 별도로 마련한 각종 공연에 협력회사 임직원을 함께 초청, 관람토록 하는 제도다. 이외에 현대백화점은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매년 거래만족도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문제점을 도출, 적극 개선하고 있으며‘불공정거래 내부심의 위원회’를 운영하고 불공정거래 예방을 위한 사내ㆍ외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부분도 중소 협력회사와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연간 24회에 걸쳐 ‘열린 상생위원회’를 개최, 협력회사의 고충과 요청사항에도 귀 기울이고 있다. 현대홈쇼핑에서는 거래 때 발생할 수 있는 고충 사항을 건의할 수 있는 ‘온라인 신문고 제도’도 운영, 자사 상품기획자(MD)와 협력업체간 신속한 정보 공유에도 나서고 있다. 현업 MD가 직접 중소 협력업체 제품을 발굴하기 위해 찾아가는 제도를 통해 광저우 무역박람회, 프랑크푸르트 소비재 박람회 등에 참여, 우수 중소기업제품을 소싱해 오는 등 상품 진입 경로도 다양화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물류 시스템 개선과 강화로 고객 반품 비율을 최소화해 고객은 물론 협력회사의 만족도도 높이고 있다.

모든 거래 계약서에 '갑·을' 문구 삭제 파격행보



지난 5월 유통업계의 시선이 현대백화점으로 집중됐다. '갑ㆍ을' 논란이 점차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계약서에 명시된 '갑ㆍ을' 문구를 없애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지난 5월부터 온, 오프라인을 비롯한 모든 계약서 작성 때'갑'과 '을'이란 단어를 대신해 '백화점'과 '협력회사'로 사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갑ㆍ을' 문구 삭제는 지난 5월 만에도 유통업계 내에서는 파격적인 행보로 꼽히는 내용이다. 당시'갑'과 '을'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회적 불평등의 상징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등 논란이 한층 심화되던 터라 현대백화점은 문서상의 '갑ㆍ을'문구를 삭제한다는 점만으로도 "상생 경영을 실천, 유통업계 내 모범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백화점 측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전체 협력회사와 모든 거래 계약서에 '갑', '을'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며 "'갑ㆍ을'이 거래 계약서에서 계약 당사자를 일컫는 말을 넘어 지위가 우월하거나 열등함을 표현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계약서는 물론 임직원들에게도 '갑'과 '을'이란 단어 사용을 금지했다. 계약서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체 임직원들이 '갑을' 단어 자체를 사용치 않음으로써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중소 협력회사와의 상생을 실천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현대백화점은 협력회사와의 소통을 강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맨투맨 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로 현대백화점 본사 130여명은 매주 목요일 오후 협력회사를 방문, 고충을 듣고 있다.

또 다른 현대백화점 측 관계자는 "'갑'과 '을'이란 표현이 사회적으로 왜곡된 뜻을 가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며 "'런치 미팅' 등 소통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앞으로도 협력회사와 성장을 위한 동반자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게 회사 내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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