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日산업재편보다 금융안전 시급
금융청과 경제산업성ㆍ국토교통성은 은행권의 부실채권 처리와 건설 및 유통업계 등의 과잉채무 삭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3개 부처간 연락회의를 신설했다.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와 기업의 과잉채무는 분명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므로 관련 부처들이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잉채무를 떠안고 있는 산업의 재편 작업을 정부가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에 찬성할 수 없다.
연락회의 설치를 처음 주장한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 금융담당 장관은 부실채권 문제의 해결이 더뎌지는 원인이 종합건설회사(제네콘)나 유통업체 등 채무가 많은 기업들의 경영 개혁과 업계 재편이 전혀 진척되지 않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은행들이 대출 대상기업을 선별하는 한편, 채무 기업들의 경영 개혁과 업계 재편까지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3개 부처간 연락회의는 이를 촉진시키기 위한 방편으로서 신설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기된 것도 아니고 각 해당 부처간 이견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히라누마 다케오(平澤赳夫) 경제산업성 장관의 말대로 "과잉 채무를 해소하는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연락회의의 주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재편을 가로막는 장벽이나 규제를 찾아내 이를 재검토하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여당의 일부 인사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주도해서 업계를 재편하고 기업의 정리ㆍ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민간부문에 일을 맡기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에서다.
이 같은 주장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많은 민간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하에 업계 재편의 밑그림이 그려질 경우 경쟁 환경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그 과정에서 정치권의 이해나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업계 재편작업을 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 개입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기업들의 의욕을 꺾어놓을 것이란 점이다. 기업의 생존 방식은 당사자인 경영진과 주주ㆍ채권자들이 정해야 한다.
당사자들에게 능력이 없다고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은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다.
정부가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업계 재편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이다.
야나기사와 장관이 은행의 부실채권 처리를 신속히 추진하고 임기응변식 대응을 막기 위해 엄격한 점검을 실행하는 자세는 높이 평가할만 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과잉채무에 시달리는 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먼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식별해낼 필요가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2월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