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동차 경영권 정리로 본 현대그룹 문화]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현대그룹에서 분쟁은 있을 수 없다.」정세영(鄭世永)현대자동차명예회장(71)이 전격적으로 현대자동차 경영권을 포기하자 지난 50년 넘게 「왕회장(정주영명예회장의 그룹내 별칭)」 밑에서 형성된 현대의 독특한 기업 및 가족문화가 새삼 눈길을 끌고있다. 6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나 엄격한 가부장적 교육을 받은 정주영 명예회장(84)은 그룹 경영은 물론 형제들, 2세교육 있어서도 전적으로 자신의 동물적인 감각과 판단력에 의존해 결정을 내려왔다. 75년말 중동진출 당시 정인영(鄭仁永) 한라그룹명예회장이 신중론을 펴며 반대를 하자 현대건설에서 다른 계열사로 전보시키면서까지 중동진출을 강행했다. 정인영명예회장은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자 한라그룹을 설립해 독립해 나갔다. 8남1녀에 달하는 2세 교육 및 재산권 분할에도 鄭명예회장은 오로지 특유의 판단력을 의지했다. 매일 전가족들이 모여 鄭명예회장집에 모여 아침식사를 해야하는 것도 현대가의 독특한 풍경이다. 그의 「밥상머리」교육은 매우 엄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발할 수 없지요. 「너 내일부터 이 회사 맡아」하면 내일부터 그 회사로 출근해야 합니다』. 정몽준(鄭夢準) 현대중공업고문이 자신의 가족문화를 얘기하며 털어놨던 아버지에 대한 평가속에도 鄭명예회장의 스타일을 감지할 수 있다. 지난 92년 대통령 출마때도 그는 가족회의를 소집, 「입을 옷이 있고 잘 집만 있으면 된다. 단단히 각오하라」며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출마를 강행했다고 자신의 회고록에서 털어놓은 바 있다. 그룹의 사업결정에도 鄭명예회장의 「독단」은 정평이 나 있다. 현대그룹의 문화가 「한번 결정하면 밀어부치는 배짱과 뚝심」로 평가되고 있는 것도 정명예회장의 카리스마가 반영돼 있다. 정세영명예회장이 자동차경영권에 미련을 보였지만 鄭명예회장의 『더이상 현대자동차 경영에 신경쓰지 말라』는 단 한마디에 이를 포기한 것도 鄭명예회장을 잘아는 정세영명예회장의 판단이었을 것이라는게 현대내부의 중론이다. 鄭명예회장은 하지만 「장남은 곧 그 집안의 아버지」라는 특유의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형제들을 분가시키면서 그룹에 공헌한 정도에 따라 뒤를 대주며 분가시켜왔다. 정세영명예회장에게 어떤 계열사를 떼어줄 것인지가 현대차의 경영권 정리후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도 鄭명예회장의 「장남론」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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