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MB는 할말이 없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 1가'

청와대의 행정주소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4ㆍ11 총선 종로구 공천은 청와대의 바람을 외면했다. MB정부의 핵심으로 현 정부의 공과를 걸고 평가를 받겠다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친박계 좌장인 홍사덕 의원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청와대 출신 15명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단 2명만이 새누리당의 공천에 낙점을 받았다. 탈당도 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공천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셈이다.


새누리당 공천 결과에 청와대는 말을 잃었다. 총선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만큼 할말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속은 끓는다. '해도 너무 한다' '4년 전의 보복이냐' '시스템 공천이냐, 시스템 학살이냐'는 등의 말이 참모들 사이에서 쏟아진다. 이 대통령도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추지 않은 듯 공천 발표 다음날인 6일 아무런 외부 일정 없이 청와대에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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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중심의 계파정치가 우리 정치의 한계일까. 정당공천은 항상 뒷말을 남겼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이번 공천을 주도한 박근혜 위원장도 4년 전 친MB 인사들이 공천의 칼을 휘두를 때 "공천이 매우 불공정하다"며 문제제기를 하며 '친박연대'라는 사실상 분당 사태를 방조하기도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쇄신과 혁신이란 코드에 맞춰 치러진 새누리당 공천도 간단치 않은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공천이 소외된 친박 인사들의 복귀와 MB계 인사들의 숙청으로 이어졌을 뿐 신선한 인물 영입이란 당초 취지와는 멀어졌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MB연대' 등의 또 다른 기형적인 정치조직이 탄생할 법도 하다.

정당정치는 연속성을 바탕에 둔다. 지난 정부에서 진행된 정책이라도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다음 정부에도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돼야 하듯 정당 내부에서도 견제를 받아들여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공천으로 인해 새누리당에 불어닥칠 후폭풍도 우려스럽지만 당장 앞으로 당청 관계가 걱정이다. MB정부와 결별에 들어간 새누리당이 제어장치 하나 없이 MB정부의 성과 전체를 부정하며 청와대와 각을 세우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기다 대안 없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표'를 얻겠다고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새누리당의 공천이 4년 전 해묵은 감정의 분풀이만이 아니기를 바란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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