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사이보그 英워릭교수 방한 미래사회 소개"사이보그는 업그레이드된 인간종족이다. 먼 옛날 사람과 침팬지가 분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 것처럼 앞으로 인간은 순수상태의 인간과 사이보그로 각각 진화할 것이다."
로봇분야의 석학 케빈 워릭(47) 영국 레딩대 석좌교수는 최근 방한 강연회에서 인간과 로봇, 또 사이보그에 대해 흥미 있는 미래를 소개, 큰 관심을 끌었다.
워릭 교수는 지난 98년 8월 실리콘칩 캡슐을 자신의 왼쪽 팔둑에 이식하고 컴퓨터와 교신하는 데 성공, 스스로 사이보그(Cyborg)가 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일컬어 '최초의 사이보그 인간'이라고 말한다. 워릭 교수는 몸 속 실리콘칩에서 지능형 빌딩시스템에 신호를 보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불을 켜거나 문을 열고 컴퓨터를 작동하는 등의 실험을 수행했다.
◇의사소통 수단의 새 지평=워릭 교수는 "인간의 의사소통 수단은 무척 제한돼 있다"며 "사이보그 기술은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이 후각ㆍ미각ㆍ촉각ㆍ시각ㆍ청각 등 5감에 의존하는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뇌파를 곧바로 인식,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까지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텔레파시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것과 같다. "사이보그는 또 3차원적인 인식구조도 확대시켜 줄 것입니다."
워릭 교수는 오는 11월 새로운 실험에 도전한다. 자신과 아내 이레나의 팔에 칩을 이식, 두 사람이 서로의 감정까지 주고 받는 실험이다.
98년에 이식한 칩은 배터리 수명이 9일 밖에 안되지만 이번에는 2달간 동작하는 칩을 사용하고 신경에 직접 연결할 계획이다.
워릭 교수는 남편이 손가락을 움직이면 이 신호는 컴퓨터를 거쳐 아내에게 전달되고 아내도 똑같이 손가락을 움직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릭 교수는 "분노와 흥분 같은 감정도 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한 사람이 동시에 수백 명과 의사 소통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계속되는 사이보그 실험
미국의 아틀란타 에모리 대학의 필립 케네디는 환자의 뇌에 실리콘 칩을 이식, 전신이 마비된 환자와 의사소통을 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실리콘칩이 사람이 생각할 때 나타나는 뇌의 전기신호를 포착해 기계장치에 보내면 컴퓨터가 문자를 합성, 말로 바꿔주도록 한 것.
현재 미국에서는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에 전기신호를 보내는 장치를 이식, 손 떨림 증상을 조절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슴속 장치에서 만든 전기 신호를 뇌에 보내 신체를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는 게 이 연구의 핵심이다.
오토벅스라는 의료기 업체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의해 조종되는 의족(C-Legㆍ사진)을 개발하고 있다. 이 의족은 어떻게 걸어야 할까라는 고민 없이도 걸을 수 있게 해준다.
이 같은 기술을 이용, 컴퓨터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처럼 책의 내용을 통째로 사람의 두뇌 속에 넣는 것은 가능할까.
워릭 교수는 이에 대해 "사람의 인식구조와 컴퓨터의 메모리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입으면 사이보그로 변하는 컴퓨터인 '웨어콤프(WearComp)'도 한창 개발 되고 있다.
◇미래에는 생각하는 기계 등장
생각하고 감정을 가진 컴퓨터가 출현할 수 있을까. 워릭 교수는 체스 챔피언인 게리 카스카로프와 IBM 슈퍼컴퓨터인 딥블루와의 대결을 예로 들며 "지금은 연산능력이 빠른 정도지만 감정을 가질 컴퓨터가 출현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가 출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미래에는 사이보그가 배터리가 떨어져 고장 나거나 갑지기 폭발하는 등 공상영화에나 있음직한 일들도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워릭교수는 사이보그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사이보그는 긍정적일 수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그는 "사이보그가 되거나 되지 않거나 하는 판단은 사람이 내려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워릭 교수는 11과 12일 이틀간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서 개최되는 '대전 사이언스페스티벌2001' 에서도 강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