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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책임만 따지는 용산개발

김상훈 기자 <건설부동산부>

'용산 사적(四賊)'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위기의 책임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 허준영 코레일 전 사장,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박해춘 용산역세권개발㈜ 대표이사에게 있다는 말이다. 31조원 규모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자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사업인 만큼 이들에게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당초 부동산 활황기에 장밋빛 전망만 믿고 터무니없이 짜인 청사진인 만큼 용산 개발사업이 제대로 사업이 되려면 책임을 묻고 청산절차를 밟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추가로 들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 최대주주인 코레일 외에 국민연금ㆍSH공사 등도 이 사업에 투자한 만큼 수천억원의 국민 혈세가 허공에서 증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부이촌동 주민 피해보상까지 포함하면 사업 청산에 따른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출자사 간 대승적인 합의를 통해 어떻게든 사업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용산 개발사업은 여전히 코레일과 민간출자사 간, 그리고 코레일과 정책 당국 간에 이렇다 할 명쾌한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주요 출자사들은 만약 사업이 부도날 경우 벌어질 책임 공방 탓에 아직도 물 밑에서 개별적인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정책 당국도 코레일 주도의 개발 방식에 우회적인 우려만 표할 뿐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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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이 사업정상화를 위한 대안으로 내놓은 '공영개발'은 최선이 아니라는 우려의 시각이 많다. 지금껏 손댄 개발사업마다 실패를 맛봐온 '아마추어'에 대한 의구심 탓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청산을 피하고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유일한 차선이라는 것에는 민간출자사들도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용산 개발은 여전히 폭탄이다. 일단 책임 공방과 우려는 일단 미루고 코레일이 유능한 폭발물 처리반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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