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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선 오바마 디스카운트… 재정절벽 합의로 불확실성 줄여야

[미국 오바마 2기 시대]<br>■ 월가 투자자 긴급좌담

왼쪽부터 크레이그 드릴, 앨버트 워니로워, 스티븐 아인혼, 돈 리스밀러, 조 영



"한국 갈수록 강해질 것" 뿌뜻한 전망
시장선 오바마 디스카운트… 재정절벽 합의로 불확실성 줄여야 [미국 오바마 2기 시대]■ 월가 투자자 긴급좌담

뉴욕=이학인특파원 leejk@sed.co.kr














왼쪽부터 크레이그 드릴, 앨버트 워니로워, 스티븐 아인혼, 돈 리스밀러, 조 영

















재정절벽 타협하면 시장 잠시 안도 긴축땐 상당기간 저성장에 빠질 것내년 성장률 올라갈 가능성 낮아 양적완화 지속 기업심리 개선해야클린에너지·병원·IT기업 정책 수혜 규제·마진축소로 대형은행은 타격한국 기업 상대적으로 튼튼하지만 대선 앞두고 규제 강화 추진에 우려도

"재정절벽(정부 재정의 갑작스러운 중단이나 급감으로 인한 경제충격)은 딜레마예요. 만약 워싱턴 정치인들이 타협을 한다면 시장은 잠시 안도할 것입니다. 하지만 긴축으로 이어진다면 상당 기간 미국 경제는 2%를 밑도는 저성장을 하고 시장은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크죠. 미국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2%가 넘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대형 은행의 주가는 규제 강화의 우려로 5%가 넘게 추락했다.

월가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날 월가 투자자, 애널리스트 5명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한 헤지펀드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선 이후 미국 경제의 방향을 가늠해보고자 하는 자리였다. 그들은 이날의 주식시장 하락을 '오바마 디스카운트'라고 했다.

재정절벽을 우려한 표현이지만 다수가 롬니 후보를 지지했던 월가의 정서 역시 배어 있었다. 투자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회복을 가속화시키려면 기업의 심리 악화를 막는 것이 첫번째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재정절벽을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만 끈다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좌담회는 헤지펀드 크레이그드릴캐피털의 대표인 크레이그 드릴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82세의 베테랑 애널리스트 앨버트 워니로워와 스티븐 아인혼 오메가어드바이저 대표, 돈 리스밀러 스트레티지리서치파트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영 앤트롭J인베스트먼트그룹 대표가 참석했다.

▦사회=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으로 '재정절벽' 우려가 높아진 것이 사실일까요.

▦스티븐 아인혼 대표= 개인적으로 롬니 후보가 떨어진 게 안타까워요. 경험이 풍부한 그가 됐다면 지금 대통령보다 현실적으로 국가를 끌어가지 않았을까 합니다. 프라이빗 에쿼티(사모펀드)의 차가운 경영자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고 사회적 이슈에 잘못 대응한 게 롬니 후보의 패인이라고 봅니다. 재정절벽은 가뜩이나 유럽의 리세션과 아시아의 성장 둔화로 떨어지고 있는 기업의 심리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워싱턴의 정치인들이 양극단 대신 중앙으로 모여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앨버트 워니로워 애널리스트=저는 다른 생각입니다. 재정적자 문제는 앞으로 수십 년간 현실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기축통화인 달러 때문이죠. 재정적자를 너무 의식해 긴축에 나선다면 미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어요. 민주ㆍ공화 양당이 타협을 한다면 시장은 그 순간 안도하겠지만 그 다음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지만 최선의 해법이라면 양당이 세금 감면을 유지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조영 대표=롬니 후보가 됐더라도 재정절벽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겼다면 지금과 같은 우려는 없었겠죠. 임시 방편으로 내년 하반기까지 시간만 질질 끄는 것이 최악이라고 봅니다. 불안과 불확실성만 증폭시킬 수 있어요. 짧은 시일 안에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뉴욕 증시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바뀐 것인가요.

▦아인혼 대표=재정절벽 우려가 부각된 것은 표면적인 이유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단기간을 놓고 보면 시장여건은 변화가 없지만 12~50개월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불안이 증폭된 것이 오늘 주식시장의 하락 원인이라고 봅니다.


▦사회=투자자의 입장에서 내년 시장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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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혼 대표=지금까지 주식시장을 끌어온 것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팽창적인 통화정책과 기업의 실적개선입니다. 내년에는 기업 실적은 개선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반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양적완화를 계속할 것입니다. 따라서 나빠진 기업 실적은 주식시장의 상승을 막고 풍부한 자금은 하락을 막는 국면이 지속되지 않을까 합니다.

▦조영 대표=지금은 투자가 무척 어려운 시기입니다. 금리는 계속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수익률이 높았던 하이일드 투자도 이제는 버블을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연기금 등 대형 투자가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하이일드 등에도 투자를 했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습니다. 돈이 갈 곳이 없다는 얘기죠. 만약 재정절벽 변수만 넘어간다면 주식시장은 긍정적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사회=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따른 업종 간 이해가 엇갈릴 수 있을 같은데요.

▦아인혼 대표=일반적으로 말하자면 클린에너지ㆍ병원ㆍ정보기술(IT) 기업 등이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반면 대형 은행, 에너지기업 등은 별로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주목해야 합니다.

▦사회=내년 미국 경제의 흐름은 어떻게 될까요.

▦돈 리스밀러 이코노미스트=올해보다 성장률이 올라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경제가 성장을 하려면 가계ㆍ기업ㆍ정부 등 경제주체 가운데 지출을 늘리는 곳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 줄이고 있습니다. 가계는 대출을 갚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정부도 지출을 줄이는데 누가 성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습니까. 다만 주택시장의 개선은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주택시장에서 월 3만~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심리를 지탱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워니로워 애널리스트=미국 경제가 회복되려면 부양정책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FRB가 초저금리를 지속하고 양적완화를 단행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정은 반대로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경기회복을 도울 수 있는 정책을 어떻게 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으로 금융규제가 강화돼 대형 은행들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인혼 대표=결론부터 말하자면 내년에 은행들은 바짝 마른 한 해(dry year)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은행들의 재무구조는 과거에 비해 훨씬 건강해졌습니다. 그러나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마진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만 하더라도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가 4%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상위 25개 은행의 경우 0.5~0.6%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규제로 영업여건은 나빠지고 마진은 줄게 되면 소형 은행들보다 대형 은행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사회=유럽 재정위기는 어떻게 될까요.

▦리스밀러 이코노미스트=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가 되는 국가들의 재정적자비율이 과거 6%에서 2%선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긴축이 지속되면서 경제가 받는 악영향은 점차 둔화될 것입니다. 유럽이 대응이 늦었던 것은 맞지만 지난 2년 동안 어느 정도의 성과는 거뒀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도 주택시장 버블이 터진 후 회복으로 돌아서기까지 6년 정도 걸렸습니다. 유럽도 여전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회=조영 대표께서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조영 대표=한국 기업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인으로서 뿌듯합니다. 한국도 물론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받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정부ㆍ기업들이 튼튼한 상태입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떨어지기보다는 갈수록 강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업들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내수소비의 부진, 가계부채 등의 문제가 한국 경제의 위협요인인 것도 사실입니다. 또 대선을 앞두고 논의가 활발한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은 지켜봐야 합니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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