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에너지자원과 과학기술

지난 98년 한국을 방문했던 세계적인 평화 학자인 요한 갈퉁은 “식량과 에너지는 생존의 기본이다. 이 두가지만 국내에서 자급자족을 할 수 있다면 어떤 경우에든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두 가지가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한가지 다른 점은 석유ㆍ가스 등의 천연에너지 자원은 유한하며 더욱이 우리는 거의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최근 고유가가 지속되고 자원국유화와 자원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세계의 모든 나라가 에너지를 국가안보와 결부시켜 국가의 장기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자원보유국은 자원을 무기로 자원 내셔널리즘으로 치닫고 있고 자원소비국은 자원안보에 국가의 사활을 걸고 해외자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인 중국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뿐만 아니라 남미와 아프리카의 에너지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또한 2000년에 원유자주개발정책을 포기했던 것을 크게 후회하며 ‘신 국가 에너지 전략’을 통해 현재 10% 수준인 원유자주개발률을 오는 2030년까지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해외자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원자력에너지ㆍ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과학기술 발전이 천연에너지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해왔다. 그러나 원자력에너지의 생산 역시 천연자원인 우라늄을 필요로 하며 현재 전세계의 연간 우라늄 생산량은 고작 3만6,000톤에 불과하다. 추가적인 신규 우라늄 자원의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2012년 이후 새로운 원자력발전소의 건설 및 운영이 어려워 질 수 있다. 지난해 8월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세계 최대의 우라늄 부국인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일본 우라늄 수요의 25%를 카자흐스탄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것도 일본의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노력 중의 하나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ㆍ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2005년도에 발표한 세계 에너지 수요 전망에 의하면 2025년에도 석유ㆍ천연가스ㆍ석탄 등 천연에너지 자원이 전체 에너지 수요의 87%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석유ㆍ가스ㆍ석탄 등 천연에너지 자원에 대한 의존은 향후 20년 이상 오히려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2013년까지 석유와 가스의 자주개발률을 18%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약 16조원의 신규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자원외교, 투자 확대, 자원개발 전문기업의 육성 및 적극적인 사업 진출, 이 모두가 자주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문제는 자원개발사업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활성화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다. 정부가 금융지원을 통해 투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기는 하나 자원개발사업의 투자 위험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신규 광구의 유망성과 경제성에 대해 경쟁국보다 더 정확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전세계의 모든 나라가 자원전쟁을 벌이는 지금, 외국이 제공하는 광구 정보에 의존해 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전쟁 상대국이 제공해 준 정보를 가지고 싸움에 임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동해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미래의 청정에너지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 기술로 동해바다 해저를 탐사하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석유ㆍ가스 자원 탐사기술의 자립화를 위해 꾸준히 기술개발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석유와 가스, 그리고 광물자원을 찾아 더 멀리 더 깊이 나아가야만 하며 이는 우주로 나아가는 것과 비교될 만큼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미래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자원전쟁 승패의 중심에는 과학기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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