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들 단체에 대한 관리·감독만 제대로 했어도 부실 안전검사, 화물 과적 등에 따른 세월호 침몰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010년 2월 관계 주무관청의 추천을 받아 한국선급·해운조합·한국도선사협회 등 선박의 제작과 운항 안전을 책임지는 단체를 '의사록 공증인증 제외 법인'으로 지정하고 장관 명의로 고시(고시 10-058호)했다.
의사록이란 법인의 이사회 회의 내용을 기록한 문서다. 현행 공증인법은 법인이 총회 등의 의사록은 공증인의 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선급과 해운조합 등은 '의사록 공증인증 제외법인'으로 지정되면서 규제를 벗어났다.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은 비영리법인에 대해서는 의사록 공증인증 의무를 면해주도록 한 예외조항의 수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영리법인이 신청한다고 해서 모두 공증인증 제외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법조인은 "법인이 공증인증 제외 대상으로 선정되려면 법무부로부터 투명한 경영을 위한 내부통제장치를 갖췄는지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주무관청의 추천이 적지 않은 공신력을 발휘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선급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고 있지 않은 점도 논란이다. 기재부는 직접 정부의 업무를 위탁받거나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받아 챙긴 수입이 총수입의 절반을 넘는 기관을 공공기관의 일종인 '위탁형 준정부기관'으로 매년 지정해왔다. 공공기관에 지정되면 매년 경영평가 등을 받고 투명한 경영공시 의무를 지게 되는 등 당국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한국선급 역시 선박안전법에 따라 국내에서 선박검사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해왔다. 그러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관하는 기재부는 한국선급을 공공기관 범위에서 제외시켰다. 반면 또 다른 선박검사 단체인 선박안전기술공단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한국선급을 포함한 해수부 산하기관, 유관단체 명단을 기재부에 알려왔지만 기재부가 한국선급만은 공공기관에서 제외해왔다"고 전했다.
한편 이들 단체 기관장의 줄사퇴도 이어지고 있다. 해운조합의 주성호 이사장은 지난 25일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해운조합은 1962년 출범 이래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10명을 해수부 고위관료 출신이 독차지한 사실이 알려지며 '해수부 마피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검찰은 해운조합이 명절 때마다 해수부와 해양경찰서 간부들에게 금품과 선물을 살포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선박의 안전검사와 인증을 담당하는 비영리단체인 전영기 한국선급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