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27일] 소통의 원칙

이명박(MB) 대통령이 바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각종 회의를 주재하면서 취임 초기와 달리 되도록 ‘말’을 줄이고 열심히 경청하며 핵심사안에 대해서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두 차례의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그 동안 장황했던 모두발언을 생략했다. 26일 국가경쟁력강화회의에서도 회의 참가자들의 의견을 듣는 데 주력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문 이후 지난달 22일과 지난 19일 두 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를 하는 과정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을 깊게 고민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은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캄캄한 산 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행렬을 보며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면서 “국민께 저간의 사정을 솔직히 설명 드리고 이해를 구하고 또 사과를 드리고자 한다”며 새 출발을 다짐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을 전면 교체했다. 또 새로운 청와대 참모진들도 임명장을 받자마자 야당과 시민단체 등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소통’으로 나아가는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쇠고기 파문 과정에서 이 대통령에게 조언했던 많은 사람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닫힌’ 상태에서 ‘열린’ 상태로 나아가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네거리의 신호등이 원칙에 따라 작동하듯 ‘소통’에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쇠고기 파문으로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지난 4개월만큼은 적어도 후퇴했다. 또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각종 개혁작업들도 지연 또는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그만큼 원활한 국정운영과 개혁 드라이브를 위한 ‘동력’을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단순한 소통의 재개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소통으로 국민을 설득해 고유가 등 대내외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개혁작업에 속도를 붙여가는 것이 국민의 요구며 ‘MB식 소통’의 목표가 돼야 한다. 잇단 국정쇄신 작업의 마지막 단계는 내각개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촛불시위가 어느 정도 고비를 넘기면서 청와대 주변에서는 개각의 폭을 당초 기대보다 좁은 중ㆍ소폭으로 마무리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총리를 포함한 대폭 개각으로 정부가 진정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소통이 방향을 잃은 ‘속도조절’로만 비쳐져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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