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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7초면 행인 매료시키는 신기한 비법
매월 400대 개통… 7초의 승부 통했다판매원 동물옷입고 영업 군고구마 구워 손님에 선물 비오는 날엔 부추전 부치고7초내 행인 시선 잡기 성공 평균 대리점 실적에 2배로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윤형주(왼쪽 두번째) LG유플러스 범계역직영점장이 동물 복장을 한 직원들과 함께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1등 이통 대리점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이동통신사 대리점 10여곳이 몰려 있는 경기도 안양의 범계역 부근. 최근 찾은 이 곳에는 '특이한 대리점'이 눈에 띄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동물 옷을 뒤집어 쓴 직원들이 군고구마를 굽고 있는 모습이 독특했다. 바로 LG유플러스의 범계역직영점.
매장에서 만난 윤형주(26) 점장은 "행인들이 매장 앞을 지나치는 7초 내로 매료시키지 못하면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매일 강조한다"고 말했다. 7초 내로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고민은 다른 이동통신 대리점에서는 보기 힘든 특이한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우선 판매원들이 모두 동물 옷을 입은 것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났다. 윤 점장은 불만이 있어서 온 방문객마저도 직원들의 옷차림을 보고 화를 누그러뜨리곤 한다고 전했다.
또 계절ㆍ시기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꾸몄다. "사은품을 쌓아 놓고 있는 매장들과 사은품으로 경쟁할 수는 없지만 방문객들에게 다른 메리트를 줘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는 게 윤 점장의 이야기다. 겨울인 지금은 직원들이 군고구마를 직접 구워 방문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 곳 직원들은 비가 오는 날에는 파전이나 부추전을 부친다. 또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날에는 직원들이 70년대 교복을 입고 방문객들을 맞이하기도 한다.
물론 이 같은 노력이 매출로 무조건 이어지는 건 아니다. 윤 점장도 "소비자들이 꼭 우리를 찾아온다는 보장은 없다"고 수긍했다. 하지만 그는 "주변을 지나치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고, 휴대전화를 구입할 시기가 됐을 때 '범계역에 고구마를 굽고 전도 부치는 대리점이 있었지'하고 기억날 정도면 충분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윤 점장의 생각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가 점장을 맡은 지난 4월 이전까지 월 300대 수준이었던 이 매장의 휴대전화 개통 실적은 이제 400대로 늘었다. 일반적인 LG유플러스 대리점의 개통 실적은 월 200대 수준이다. 윤 점장은 앞으로 500대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또 윤 점장이 온 이후 범계역직영점을 떠난 직원은 아무도 없다. 직원 이탈이 잦은 휴대전화 판매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드문 일이다. 윤 점장은 "휴대전화 판매사가 실적 좋으면 경쟁사에서 데려가는 일도 많은데, 점장이 이런 부분을 잘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일을 하고 끈끈하게 지내고 있다"며 웃었다. 범계역직영점은 지난 3ㆍ4분기 LG유플러스의 우수직영점으로 뽑혔으며, 윤 점장과 직원들의 사례는 '판매 잘하는 법'으로 전체 LG유플러스 대리점 사이에 공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