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대학교육에 경쟁이 없다

김대식 <중앙대 부총장>

우리 대학교육의 특성은 수요측(대입지원자) 경쟁이 심하다. 반면 공급측(대학) 경쟁은 그다지 심하지 않다. 수능시험이나 학교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 좋은 대학이다. 이것이 대학의 서열을 결정한다. 일류고객이 이용하는 상점이기 때문에 일류상점이라고 하는 식의 평가이지 그 상점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정말로 높은지의 문제는 별개이다. 기업도 그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던 능력만을 평가하는 것이지 대학에서 받는 교육의 질과 내용은 문제 삼지 않는다. 입사 서류전형은 학교의 순위에 따라 결정된다. 대학은 단순한 ‘순위표시 기관’의 역할을 한다. 이런 풍토에서는 좋은 교육과 특성화 교육으로 경쟁해야 하는 본래의 공급측 경쟁은 일어날 수가 없게 된다. 한번 일류대학이면 편안하게 오랫동안 서열이 유지된다. 수요측이 설정한 서열만이 존재하다 보니 공급측의 품질관리는 엉망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일류라는 대학의 교육ㆍ연구수준이 세계적 기준으로 볼 때 형편없이 낮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전반적인 우리 대학의 질적수준도 마찬가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국가경쟁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대학교육의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는 60개 평가국가 중 59위로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하기는커녕 ‘졸업장’만 남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급측의 대학이 우수한 수요자를 선발하고 서비스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일본은 지난 2001년부터 당시 문부과학상의 이름을 딴 ‘도야마플랜’을 세워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시켜왔다. 핵심내용은 도쿄대와 같은 국립대를 사립화(법인형태)하는 것이다. 모든 대학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라는 것이다. 우리도 먼저 서울대만이라도 법인화하는 과감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애초 국공립대의 설립취지는 능력은 있지만 가난한 학생들을 교육시키자는 것이었다. 서울대 입학생들의 대부분은 경제수준이 중상위층의 학생들로서 국가가 이들에게 사립대보다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다. 정부도 ‘대학 구조조정 개혁안’을 발표하고 경쟁력을 갖춘 대학들에 집중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두고 볼 일이다. 우리 교육정책은 대부분 처음 시도와는 다르게 나눠주기식으로 결말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일류대학의 석ㆍ박사과정에는 중국과 인도학생들이 휩쓸고 있다. 우리 대학이 글로벌 경쟁 속에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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