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시간)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제너럴모터스(GM)와의 퇴직자 보험금 협상에서 글로벌 경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의 인식변화에 비해 워싱턴 정가는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다.
미국 최대 산별노조인 AFL-CIO는 우리의 비판이 심하다고 하겠지만 지난해 미국의 산별 노동자들의 노조가입률이 7.4%로 떨어진 원인은 격변하는 세계 경제의 현실이다.
노조 문제는 회사 경영에서 일어나는 문제들과 다르지 않다. 노조에 유리한 계약은 오늘날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혁신의 방해요소가 된다. 일자리 보장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은 회사와 국가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덕분에 GM의 UAW 가입자는 지난 94년 24만6,000명에서 현재 7만4,000명으로 줄었다.
다행스럽게 이번 협상에서 노사는 변화를 택했다. 노조측이 보너스 일괄지급ㆍ임금동결에 동의한 대신에 사측인 GM은 미국 공장에 대한 투자확대를 약속했다. GM은 퇴직자 의료보험펀드에 350억달러를 출연하기로 하면서 500억달러의 기존 부담비용을 상당 규모로 줄였다.
UAW는 이제 가입자들의 건강보험을 책임지는 자산관리자가 됐다. UAW는 앞으로 펀드 수혜자들이 최대 혜택을 받도록 운용방식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번 ‘디트로이트 조약’은 노조의 정치적 의제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앤드류 스턴 국제서비스노조(SEIU) 위원장은 근무 규율의 준수와 유럽식 수입재분배가 노조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노동자들의 건강보험 비용은 정부의 몫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노조가 글로벌 경제로부터 완전 분리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변화에 대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노사 간 거래방식에 제한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유럽이 이제는 스턴 위원장이 지지하는 유럽식 ‘사회계약론’을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주35시간 근무의 연장을 내세우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가 미국식 모델을 좇는 사이에 스턴 위원장과 미 의회는 프랑스가 버린 제도를 붙들고 있다. UAW가 글로벌 경쟁력에 눈을 뜬 것처럼 스턴 위원장의 정치적 야심도 경제적 현실로 인한 한계를 곧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