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기업 재무구조개선 제도를 손질한다. 최근 법원이 현대그룹에 대한 채권은행단의 공동 결의 효력을 중단시킨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0일 "제도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앞으로 재판 진행상황 등을 봐서 필요하다면 제도적 보완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이 판단한 것은 기업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거부하면 안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과 약정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채권단이 공동으로 제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이라며 "공동 제재에 대해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충분히 검토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7일 현대계열사 10곳이 신규 여신 중단과 만기도래 채권 회수 등 공동 제재를 풀어달라며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은 대기업의 부실을 예방하고 은행의 채권 회수를 원활하게 해 상생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며, 지금까지 비교적 협조관계가 원만했고 지난 10년간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법원도 약정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므로 앞으로도 큰 틀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현대그룹과 유사한 사례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어느 은행이나 가진 기준이 비슷하므로 공동 제재를 하지 않더라도 주채권은행이 판단하면 그 판단이 공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법정분쟁까지 초래한 현대그룹에 대해서는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독당국 입장에선 기업과 은행이 협력해서 잘 끌어가야 할 사안이 소송으로 비화된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현대그룹은 작년 10월 올해 상반기 재무구조개선 평가 결과 불합격을 받으면 약정을 체결하겠다는 확약서까지 썼다"며 "이번에 점수가 매우 낮았는데도 약정 체결을 거부한 것은 사실상 약속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 결정에 대한 외환은행의 항고 여부와 관련,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후속 대응책에 대해서는 "외환은행이 이번 달까지 채권은행협의회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