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리·無의사 환자'는 결론 못내

사전의향서 작성때 말기환자 연명치료 중단 가능… 사회협의체 합의사항 발표

임종 직전의 식물인간을 포함한 말기환자가 본인이 요구하거나 사전에 의향서를 작성한 경우 연명치료를 중단(존엄사)할 수 있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환자의 의사표시가 없는 상태에서 치료 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연명치료 중단의 제도화에 필요한 쟁점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종교계와 의료계ㆍ법조계ㆍ시민단체ㆍ국회 등에서 추천된 18명의 사회적 협의체 활동을 종료하고 주요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협의체가 합의한 내용은 의료계와 정부가 각기 마련한 연명치료 중단 기준(초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단 지속적 식물상태로 있다가 임종 직전인 환자를 포함한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인공호흡기ㆍ심폐소생술 등 특수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말기환자에 대한 수분이나 영양공급ㆍ진통 등 일반적인 연명치료는 중단될 수 없도록 했다. 수분이나 영양공급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는 환자를 자칫 안락사로 몰아갈 수 있다는 논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심의기구로 복지부에 '국가말기의료심의위원회'를 두고 의료기관별로 개별 연명치료 중단 사례에 대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병원윤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합의안은 또 말기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민법상 성인이 작성 전 담당의사와 상담 후 2주 이상의 숙려기간을 거쳐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서면에 의한 의사표시가 원칙이고 구두에 의한 경우도 입증이 가능하면 인정하기로 했다. 의향서의 철회도 언제든 가능하다. 이견을 보인 부분은 추정 또는 대리인에 의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할지 여부와 입법화의 필요성 부분이다. 대다수는 직접적인 의사표시가 불가능한 말기환자에 대해 병원윤리위원회를 통한 확인절차를 거치는 것을 전제로 '추정에 의한 의사표시'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일부에서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며 끝까지 반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추정의사 확인절차도 병원윤리위원회가 매번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2명)과 환자가족과 의료진 간 이견이 있거나 요구가 있는 경우에 한해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9명)이 엇갈렸다. 대리에 의한 의사표시의 경우도 뜻이 모아지지 않아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입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6명)는 의견보다 불필요하다(9명)는 의견이 많았고 별도 법률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한 9명은 기존 법률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만 마련하자(5명)는 쪽과 아예 입법을 반대한다(4명)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 복지부는 이번 합의결과를 국회에 제출해 법안 심사에 참고하도록 하는 한편 본인이 건강할 때 죽음에 대비해 '사전의료의향서'를 직접 작성하는 문화를 조성해나가기로 했다. 김강립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추정 및 대리 판단 부분은 합의를 찾지 못했으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큰 틀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향후 인식차이를 좁혀나갈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해 7월 연명치료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병원 256개소에 입원한 환자 중 1.64%가 연명치료 대상 환자로 나타났으며 연간 국내 병원에서 사망하는 환자 24만명 가운데 말기환자는 18만명으로 이중 3만명 정도가 인공호흡기 등 연명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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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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