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9월 7일] 방송가는 '불공정 사회'인가

MB 정부는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으로 공정한 사회 만들기를 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ㆍ차관 워크숍에서 기득권층의 희생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직접 만났던 어려운 시장 상인들의 얘기를 풀어놓으며 "내 임기 마칠 때까지 제일 바닥에 있는 분들 목소리를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을 만나면서 속으로 '힘들다고 하면 일수 돈을 쓰지 말고 미소금융을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이 대통령은 자신들도 어려운데 더 어려운 사람들을 걱정하는 이들의 반응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지도층에 있는 사람, 힘있는 사람들이 그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느끼는 바가 클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ㆍ차관급을 포함해 힘있는 사람 등 기득권층에 대한 자기희생을 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출연료 못받은 단역 등 수두룩 이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는 총리ㆍ외교장관 사례가 기준이라고 언급해 소외 계층에도 공평한 도전의 기회를 주도록 하는 게 핵심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송가는 '공정 사회'의 완전한 치외법권 지역으로 보인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 지난 1일 조합원들의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에 대해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예조에 따르면 방송3사 외주제작 드라마의 출연료 미지급 총액은 지난 7월을 기준으로 4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400여명이 출연료를 못 받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한예조에 따르면 지난해 탤런트ㆍ성우ㆍ코미디언ㆍ무술연기자의 71.9%가 1년 소득 1,000만원 이하로 조사돼 이들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예조의 한 관계자는 "하루 3만6,000∼4만원을 받는 엑스트라, 대사가 있는 단역과 조연 등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주문했다. 특히 이 같은 출연료 미지급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터무니 없이 적은 제작비만 주는 방송사에 있는 만큼 이들은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한예조 조합원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방송사의 출연료 지급 보증을 포함해 제작비 현실화, 스타 몸값 낮추기, 부실 외주 제작사의 방송사 진입 금지가 해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줄곤 강조한다.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KBS와 SBS는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해 그나마 다행이다. MBC는 현재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은 "방송사는 제작사가 만드는 프로그램 제작비의 전액을 지급해야 하며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제작사 소유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도 1960~1980년대 3대 지상파 방송사에 프로그램 관련 방영권을 제외한 다른 권리를 갖지 못하게 한 '핀신[fin/syn]룰' 을 통해 영상산업을 눈부시게 성장시킨 케이스다. 정부는 영상산업 육성을 위해 1991년부터 지상파 방송사에 의무적으로 외주제작 프로를 편성하도록 해왔지만 역부족이다. 따라서 국내 방송영상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방송사-제작사 상생 노력 시급 전문가들은 먼저 제작비에 대한 세부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외주제작사의 제작관리 체계를 지적했다. 따라서 외주제작사 육성이 시급하고 방송사 제작사 간 손실보전 등 방송사와 제작사가 윈윈하는 다각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어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방송사는 배우들에게 정당한 일의 대가를 지급해야 하고 대부분 방송사가 갖고 있는 저작권을 제작사에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화두로 던진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방향 중 큰 틀 하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이다. 지금 대기업 하도급 업체의 갑을 관계가 문제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갑인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그런데 방송사와 제작사 관계에 비하면 이들은 정말 양반이라고 하는데 이게 과연 말이 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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