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18> 눈치와 소신


직장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눈치’가 상위권에 오를 겁니다. 1인 기업에 종사하는 게 아니라면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죠. 갓 직장인이 된 신입사원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힘들어하는 것 역시 ‘눈치’라는 능력을 신장시키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 아니었는데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배양하려니 생각보다 쉽잖은 일인 셈입니다. 초, 중, 고를 거치면서 중요한 집단은 친구들입니다. 또래집단간에는 위계질서가 존재하지 않죠. 대학에 가면서부터 상황은 조금 달라집니다. 특히 예체능 관련 전공을 선택한 경우에는 선후배 문화가 뿌리 깊습니다. 눈치를 잘 봐야 하는 이들이 생기는 겁니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 중 상당수가 ‘자발적 아싸’를 선택한다고들 합니다. 과 모임, 동아리 활동 등을 일체 하지 않고 생활하는 아웃사이더라는 뜻입니다. 이유는 ‘편하게 생활하기 위해서’ 또는 ‘취업을 위해서 독자적으로 생활하려고’라고 하니 어찌 됐든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위한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직장에서 자발적 아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적응하지 못하면 그만두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굳이 내가 아니라도 그 자리를 탐내는 이들이 넘쳐나는 ‘체감 청년 실업률’ 30% 시대. 힘들어도 눈치 키우기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죠.


어떤 사람들은 핵가족화 현상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형제, 자매 없이 혼자 큰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직접적인 이유라고만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단체생활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혹은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입니다. 며칠 전 ‘눈치만 봐서는 남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해놓고 갑자기 웬 눈치 타령이냐고 의구심을 가지셨나요? 해당 칼럼은 일정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주의 살피기’가 스스로를 옭매는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자신은 소중합니다. 결국 자선도 나를 위해서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자기중심성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칩니다. 나의 감정은 진심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은 사적인 그 무언가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신있게 살아가는 것,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소신은 자신의 감정 소비가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 일, 지켜야 할 도덕적 기준을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계약을 합니다. 조직과의 관계에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법적 약속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눈치 보느라 급급한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는 반면 소신 있는 사람은 정말 조직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겁니다. 계약 자체의 내용에 매우 충실한 것입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자기만의 감정을 소신이나 철학과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여기에는 ‘너만의 삶을 살아라’고 이야기 해준 자기계발서나 개인화된 생활 환경이 미친 영향이 큽니다. 남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은 자기만의 행동은 민폐입니다. 진짜 소신은 자신에 대한 희생과 도덕적 규제를 담보한 것이라는 점을 누군가 이들에게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iluvny23@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