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5월4일] <1386> 장영자 사건


1982년 5월4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이철희ㆍ장영자 부부를 구속했다. 혐의는 외국환관리법 위반. 명동 암달러시장과 캘리포니아에서 80만달러를 모았다는 검찰의 발표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음 사기’ 행각이 속속 밝혀졌다. 사채시장의 큰손이던 장영자(당시 38세)는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회사와 접촉해 현금을 빌려주고 수배의 약속어음을 받아냈다. 장씨는 남편 이철희(당시 59세ㆍ전 중앙정보부 차장ㆍ유정회 국회의원)의 경력을 떠올리며 “특수자금이니 비밀을 지키라”는 말을 덧붙였다. 공영토건에는 빌려준 현금의 9배나 되는 1,279억원의 약속어음을 받아냈다. 약속어음을 할인해 다른 회사에 빌려주는 순환을 통해 받은 어음 총액이 7,111억원. 여기서 6,404억원을 썼다.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로 불린 사건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청와대 배후설 속에 은행장 두명과 기업체 간부, 전직 기관원, 대통령의 처삼촌에 이르기까지 30명이 구속됐다. 대형 상장사인 일신제강과 공영토건은 부도가 났다. 법정 최고형인 15년형을 선고 받은 이ㆍ장 부부는 10년 가까운 옥살이 끝에 풀려났다. 이ㆍ장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는 이론이 적지 않다. 시골 마을 주민 60여명을 살상한 경관의 총기난동사건으로 이반된 민심을 추스리고 대통령의 친인척을 견제하려는 정치게임의 일환이었다는 해석과 최고 권력층의 비자금 루트였다는 해석이 상존한다. 분명한 점은 이때부터 국민들의 숫자 감각을 무디게 만들 만큼 대형 부패사건이 줄을 이었다는 점이다. 검찰이 밝혀낸 전두환ㆍ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는 최대 1조4,000억원에 달했다. 과거의 일인 줄 알았던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규모가 작다고 강변하는 측도 있지만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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