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으로 생중계된 28일(현지 시간) 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은 내용상 새로운 사실은 없다. 그러나 미국 자신이 규정한 이른바 `불량국가`와 테러리스트에 대한 미국의 강경 방침이 연설 말미 강한 어조로 재 확인됐다. 이와 함께 더딘 경기 회복을 의식, 경제와 미 국내 문제가 연설 초반 오랜 시간에 걸쳐 언급됐다.
◇북한 핵 문제 강경 표현, 외교 통한 해결도 시사=이번 연설에서 나타난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시각은 1년전 `악의 축` 발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입장에서 북한 김정일 정권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거부하는 스탈린식 독재체제이며, 일반 국민은 굶주림과 정부의 감시에 고통 받고 있다. 또 핵무기 개발ㆍ미사일 기술 수출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고, 또 이런 위협을 통해 뭔가를 챙기려는 속셈을 갖고 있는 불량 국가이다.
부시는 북한이 변하지 않는 이상 미국이 변할 이유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도 유지했다. 불법국가나 테러리스트에게 굴복하는 것은 곧 이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끔 만드는 것이라는 게 부시의 생각이다.
그러나 “상이한 위협에는 상이한 대처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혀 북한 문제에 대해 이라크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사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이 남한ㆍ일본ㆍ중국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에 둘러 싸인 상황에서 쉽사리 전쟁에 나설 수 없음을 표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교적 방식을 통한 평화적 해결ㆍ 경제 봉쇄 등 전쟁 이외의 대안이 우선시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이 조건 없이 핵 개발을 포기할 경우 국제사회가 따뜻한 손길을 보낼 것이라는 메시지 전달도 빼놓지 않았다.
◇대 이라크전 불가피 주장= 부시 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을 통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으며, 이를 숨기고 있다는 증거 자료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명확한 증거 자료를 내놓지 않은 가운데 이라크가 탄저균 2만5,000톤 등 생화학 무기를 감춰놓고 유엔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부시는 후세인을 제거하고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전쟁이 불가피하다면서 미국인은 모두 힘을 합쳐 전쟁에 승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라크와의 전쟁을 앞둔 시점에서 행해진 이번 연설이 증거제시 부족으로 미국 일반 시민과 우방국을 설득하는 데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감세통한 경기부양 역설=연설 전반부에서 부시는 각종 국내 현안에 관한 자신의 생각과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부시는 감세 등을 통해 경기 회복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6%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자신의 업무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처음으로 60%대 밑으로 내려간 것을 의식, 연설 전반부를 국내 문제로 채운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배당세 철폐, 자녀가 있는 가구와 맞벌이 부부 등에 대한 세금감면을 강조했다. 그는 또 앞으로 10년간 4,000억달러를 들여 의료개혁을 실시하겠다고 했으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퇴치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순욱기자 swch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