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1ㆍ3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대책회의를 통해 나온 대책 가운데 택지지구 용적률ㆍ건폐율 완화, 기반시설부담금 일부 정부 부담을 제외하면 뾰족한 것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마땅히 더 쓸 카드가 없다는 고민을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는 반응이다. 이번 11ㆍ3 대책 외에 예정돼 있는 정부 집값안정대책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2주택 보유자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비롯해 주택산업연구원에 용역의뢰 중인 청약제도 개편 등이다. 또 종합부동산세가 개인별 합산과세에서 세대별 합산과세로 바뀌어 다음달 첫 부과된다. 하지만 도입 예정인 정부 대책들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정부는 막상 강화된 세제를 직접 경험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이 같은 악재가 모두 반영된 상태”라며 별다른 상황 변화를 가져오진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서 빠지긴 했지만 ‘집값 안정’이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정책목표인 만큼 정부로서는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적용 가능한 대책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도입 가능성이 높은 대안은 분양원가 공개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 분양원가 공개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공개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당의 분양원가 공개의지도 강력해 제도 도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8월 판교 신도시 2차 동시분양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던 채권입찰제의 손질 여부도 관심사다. 채권입찰액을 포함한 실질 분양가가 시세의 90%에 달하는 등 이익 환수장치가 오히려 고분양가를 부채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만큼 제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주택대출 총량규제는 은행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다 자칫 피해가 서민으로 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단 이번 대책에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다시 도입 여부가 수면 위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여당 역시 분양가 인하와 공급확대책 마련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와는 별도로 정치권 차원에서도 다양한 대책안이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밝힌 ‘환매조건부 분양제도’는 기존 주택거래 시장의 틀을 깨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환매조건부 분양제도란 공공주택을 팔 때 이를 민간이 아닌 정부에 의무적으로 팔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업계는 앞으로 예상 가능한 어떤 대책들도 시장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파괴력’은 갖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미 현실적으로 나올 수 있는 대응책은 다 나왔다”며 “지금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것도 정부가 더이상 쓸 카드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