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재신임 국민투표 등 정국 현안과 관련, 열린우리당측에 `정치적 위임`을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우리당 김원기 의장은 1일 “지난달 29일 노 대통령과 재신임 투표 등 제반 문제에 대해 통화했다”며 “내가 정치권과 협의해 어떤 방향을 정하면 대통령은 자기 의사가 있더라도 당의 결정에 따라 수용하겠다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이날 최고지도부 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위임에 따라 내가 각 당과 정치적 대화로 절충, 정치권에서 빨리 가닥을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 나는 오랫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정치적 문제에 있어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위임`이란 표현에 논란이 일자, “그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당과 협의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헌법재판소 결정과 야당의 반대로 국민투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신적 여당`을 자처하는 우리당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모양새를 갖춰 정치권과 공동책임을 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노 대통령이 우리당에 입당하지 못한 점을 감안, 소수 여당인 우리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는 별개로, 당내에선 김 의장이 최근 노 대통령과 3차례 이상 직ㆍ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을 놓고 “소장파와 갈등을 빚었던 김 의장이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고 당내 입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정철 기자 parkjc@h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