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정부는 공기업 감사 앞잡이인가

정부가 공기업 감사의 보수를 올리려다 제동이 걸렸다. 기획재정부가 25개 공기업 감사의 성과급 지급비율을 기본 연봉의 100%에서 15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혀 보류된 것이 천만다행이다. 공기업감사협의회라는 곳이 현재 평균 1억3,000만원에 이르는 감사 연봉이 적다며 성과급이나 더 챙기자고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했던 것이다.

앞잡이 역할을 한 재정부의 논리가 참으로 군색하다. 공기업의 경영성과를 높이고 감사기능을 강화하자면 보수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공기업 감사들이 월급이 적어 내부비리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한술 더 떠 비리에도 적극 가담하게 된다는 얘기이다. 그런 논리도 우습지만 지금 같은 경제난국에 감사 처우 문제에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니 한심한 일이다.


성과급이란 말 그대로 효율적인 경영혁신과 실적에 대한 보상이다. 사업 적자에 방만한 경영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공기업들이 수두룩한 판에 감사들이 성과급 인상 운운할 자격조차 있는지 의문이다. 공기업 방만경영의 요인 가운데 감사들의 무능과 나태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심지어 공기업 감사실장이 자기 사무실에서 업자에게 뇌물을 받는 일까지 벌어지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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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감사는 여전히 정치권 인사나 관료 출신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전문성이나 해당 경력 등 기본 자격이 안 되는 낙하산 인사들이 상당수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부 비리를 적발하고 경영 선진화를 촉진하는 본연의 역할보다 자신들의 배만 불리겠다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기 십상이다.

사회 경제적 양극화에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까지 몰려오는 마당에 공기업 2인자들이 고통분담은커녕 보수인상 작업을 벌이고 엘리트 관료집단이라는 재정부가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공기업 성과급 시스템 자체도 문제가 있다. 성과급 제도의 효과가 애초 취지대로 제대로 나오고 있는지부터 정밀 분석할 필요가 있다. 경영실적에 대한 책임성이 약한 감사직까지 성과급 대상에 포함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감사에 대한 처우 거품을 없애야 권력의 부나방들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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