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특별기고투자재원 현실적 접근을
남북한은 정상회담에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합의했다. 경제력 격차를 줄여 통일비용을 감소시키고, 이 과정에서 남북한이 공동번영의 기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양 정상은 상호 호혜적인 경제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제부터 경제협력의 인식과 제도를 합의해야 한다. 물론 남북한은 92년 교류협력 부속합의서에서 거의 대부분의 제도적 장치와 경제 협력사업의 내용을 합의한 바 있다. 쉬운 문제부터, 합의 가능한 분야부터 실천해야할 시점이다.
정상회담은 화해협력의 시작이다. 우리에게는 많은 과제가 있다. 경제협력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의 경험에 바탕을 둔 비관주의도 경계해야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는 낙관주의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적 신탁기금의 조성을 추진=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건설 역시 이번 정상회담에서 협력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문제는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지원이 가능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사회간접자본의 특성상 개별기업이 맡기도 어렵다. 재정능력을 고려한 현실적 투자재원 마련이 시급한 과제다. 남북경제협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북한 SOC 투자비용은 약 10조원 정도가 예상 된다.
우선, 현실가능한 국제사회의 참여를 모색해야 한다. 현재 국제금융기구의 공적 차관은 당분간 어렵다. 세계은행이나 아시아 개발은행이 공적 차관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규정이 해제되어야 한다.
또한 북한이 이러한 기구에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통계 개방, 구조조정 프로그램 수용 등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가 있어야 한다. 북한이 체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개방정책을 추진한다고 볼 때, 상호 인식의 격차가 존재한다.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물론 국제 금융기구 가입 이전에도 지원을 받은 사례는 있다. 팔레스타인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그것이다. 팔레스타인의 경우, 미국의 결정에 의해 세계은행이 주도하는 특별신탁기금 명목의 3억 2,000만 달러, 26개국이 참가한 신탁기금(HOLST FUND) 2억 6,000만 달러를 지원 받았다.
국가로서의 자격기준이 미흡한 상태에서 미국이 세계여론을 주도하여 정치적으로 결정한 사례다. 북한의 경우, 세계은행 등이 주도하는 신탁기금을 공여받기 위해서는 대
량살상무기 포기, 테러국 이미지 제고, 경제정책 변화 등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북한과 외교관계를 개선하고 있는 호주, 일부 EU국가, 일본 등을 중심으로 한국이 주도하는 신탁기금을 조성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철도연결의 경우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기 때문에 수익자 분담원칙에 따라 관련 국가의 투자를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협력기금 확충이 필요= 국내적으로 조달 가능한 재원은 남북협력기금뿐이다. 현재 경수로 계정 및 공적 기금을 제외하면 2,180억원 정도가 가용 가능하다. 일단 기본적인 SOC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자금확충이 불가피하다.
철도 미연결 구간 공사(경의선 20KM 약 1,800억원, 경원선 31KM 약 2,700억원), 북한내 화력 발전소 설비 개선, 항만 하역시설 개선 등을 고려한다면 최소 1조원 정도는 확충되어야 한다. 동시에 협력기금이 SOC투자를 위한 재원이 되기 위해서는 재원의 성격이 변화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대북 투자를 돕기 위한 한정적 기금에서 SOC투자를 비롯한 포괄적인 대북 투자기금으로 변화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법 개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무상지원 비중을 줄이고, 자금회수가 가능한 유상 대출의 비중을 높여 자금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국내 협력기금을 통해 초기투자를 하고, 그 과정에서 남북한의 평화정착을 가시화해 국제사회의 신탁기금 조성과 국제금융기구의 공적 차관 제공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의 순서를 정하고, 현실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며, 필요한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실사구시의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자금난이 심화되는 현재의 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미래의 투자가치만큼이나 현재의 재정상황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대북 투자의 현실적 비젼이 있어야 한다. 북한이 경제협력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여주고, SOC 건설과정의 비용분담에 적극 참여할 때, 대북 투자의 명분이 마련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우리 내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을 위해서는 비용지출이 불가피하다. 분단비용보다 평화정착의 편익이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을 공감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변화할 때만 기다린다면 남북관계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남쪽 내부에서 화해협력의 길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한 공적 투자는 그 모든 길의 출발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분단의 웅변은 경제를 넘어서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다.
/金鍊鐵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입력시간 2000/06/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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