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2월4일] 경제학, '음울한 학문'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역사비평가다.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를 비롯해 ‘침묵은 영원처럼 깊은 것이며 말은 시간처럼 짧다’ 등의 명구를 남긴 문필가로도 유명하다. 1795년 12월4일 스코틀랜드의 신교도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수학교사를 잠시 지낸 후 1881년 사망할 때까지 수필을 쓰고 역사를 연구한 인물. 경제에 대한 저술을 남기지 않았지만 웬만한 경제학자보다 훨씬 많이 경제서적에 등장한다. ‘경제학은 음울한 학문’이라는 말을 만든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칼라일에게 우울한 감정을 안겨준 것은 맬서스의 인구론. 목사이자 경제학자였던 맬서스가 인류를 위한다며 제시한 대안, 즉 ‘노동자의 급여를 묶고 빈민가를 더 좁고 더럽게 조성해 전염병이 창궐하도록 유인해야 한다’는 처방을 읽고 에세이 ‘차티즘(1839)’을 통해 ‘음울하다(dismal)’고 평했다. 맬서스의 끔찍한 처방에 분개했던 칼라일은 10년 후인 1849년 이 용어를 보다 분명하게 가다듬었다. 백인우월주의를 강조한 팸플릿 ‘니그로(흑인)와 관련된 의문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로 노예해방에 앞장서는 경제학자들을 조롱하기 위해 경제학을 ‘음울한 학문(dismal science)’이라고 규정해버렸다. 일반의 인식은 실제와 다르다. 맬서스가 그린 인구폭발, 불안한 미래를 걱정한 나머지 ‘음울한 학문’ 운운했다고 믿고 있다. 20세기 초반 몇몇 유명 학자들의 잘못된 진단이 그릇된 일반인식으로 굳어진 결과다. 칼라일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 인간에게 동정적이던 그가 왜 10년 뒤에는 노예제도를 옹호하게 됐는지 의문이다. 세월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백인은 원래 그런 것일까. 음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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