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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부식된 부분을 보십시오. 철근이 부식해서 팽창하면서 콘크리트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수하지 않으면 부식이 계속 진행돼 결국 싱크홀로 이어집니다."
7일 오전 서울 영등포주민센터 앞에서 진행된 노후하수관 합동점검 현장. 지하 3m 깊이의 하수박스에 직접 들어가 역사다리꼴 모양의 하수박스를 몇 걸음 내딛자, 이끼가 잔뜩 낀 천장에 부식으로 떨어져 나간 콘크리트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 이어진 도로함몰 사고가 머릿속을 스치며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커졌다.
동행한 서울시 관계자는 "이곳은 1983년에 지어진 곳이어서 상대적으로 부식이 심하지는 않은 편"이라며 "진짜 문제는 시내 하수관의 80%를 차지하지만 사람이 들어가 보수하기 힘든 원형 하수관과 지은 지 50년 이상 된 노후 하수관"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문한 곳과 같은 노후하수관은 최근 삼성중앙역, 장한평역 일대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연이어 발생한 도로함몰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하수관로 1만 392㎞ 중 부설한 지 30년 이상 된 하수도는 약 5,000㎞로 전체의 48%를, 50년 이상된 하수관로는 3,174㎞로 30.5%를 차지한다. 시는 교체가 시급한 50년 이상이면서 동공 발생지역 및 충적층에 위치한 932㎞를 오는 2018년까지 우선 정비할 예정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시는 예상되는 약 1조원의 재원 중 6,000억원을 자체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비지원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정부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올해도 시는 정부에 노후 하수관 교체사업을 위해 1,000억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금액 100억원 남짓에 불과했다.
이날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도 노후하수관을 직접 둘러 보며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서울 시내 노후 하수관이 도로함몰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며 "서울 시내 하수관 개선 작업에는 막대한 재원이 투자돼야 하는데, 서울시 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일본 도쿄는 1년에 중앙정부가 5,000억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데 서울시에도 그런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