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7월 30일] 디지털세대와 A형 간염

LG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디지털 군중'이라는 용어가 있다. 냉전 종식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환경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 '케네디 암살' '아폴로 11호 달 착륙' 등을 지켜보며 'X파일'과 '매트릭스'의 문화적 정서를 가지고 있으며 정보기기와 통신망으로 무장해 디지털 공간에서 '협력 추리'와 '집단 창작'을 즐기는 세대. 이들은 1977년 이후 생으로 지난 1990년대에 청소년 시기를 지낸 지금의 20대와 30대를 말하며 이들은 지금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세대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한 기간에 출생하거나 공유된 경험으로 인해 통계상의 같은 인자를 공유하는 집단'을 '코호트(Cohort)'라고 한다. 의학계에서도 특정 코호트를 연구대상으로 선정하고 그 대상으로부터 특정 질병의 발생에 관여하리라 의심되는 어떤 특성을 추적, 관찰함으로써 집단에서의 질병 발생률을 비교하는 역학적 연구 방법을 코호트 연구(Cohort Studies)라고 정의한다. 20·30대 바이러스 감염 무방비 학계에서는 코호트 연구를 인간에서 일어나는 각종 질병의 원인을 논리적으로 규명하고 검증하는 방법 중 가장 과학적인 방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왜냐하면 동물실험이나 실험실 연구의 결과는 직접 인간에게 적용시킬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인간을 대상으로 관찰하는 역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야만 질병의 원인으로 인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코호트 연구는 질병 원인의 규명뿐만 아니라 특정 세대에 대한 즉각적인 혹은 예방적인 치료와 의료 대책을 수립하는 데도 효과적인 도움을 준다. 20대와 30대를 포함한 젊은 성인층은 대한의사협회도 주목하는 대상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하고 있는 'A형 간염' 때문이다. 사실 과거 A형 간염은 그다지 걱정스러운 질병이 아니었다. 수인성 전염병으로 감염된 사람의 대변에서 배출된 바이러스에 의해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ㆍ어패류 등을 섭취할 때 주로 옮겨지는 후진국 병인 A형 간염은 감염될 경우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대신 몸에 A형 간염 항체가 생겨 이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면역이 생긴다. 하지만 경제발전과 더불어 공중위생환경의 개선으로 감염 기회 자체가 줄어들면서 한동안은 우리 나라에서 환자 발생 보고가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어릴 때 자연감염으로 면역 항체를 획득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20ㆍ30대가 돼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젊은 성인 연령층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은 50%를 훨씬 밑도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특히 20~29세의 항체 양성율은 15.8%에 불과하다는 자료도 있다. 2009년 감염 환자 1만3,000명 중 약 80%가 20~30대라는 점은 쉽게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사회에서 가장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20~30대 젊은 성인들이 A형 간염으로 한 달여를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을 경우 사회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간질환을 앓고 있거나 B형 간염 보균자 등 고위험군은 심한 합병증이나 사망을 초래하기도 한다. 혹은 학교나 병원ㆍ군부대 등과 같이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 집단 발병 위험도 높다. 영·유아 정기예방 접종 서둘러야 이와 같은 위험성을 보건 당국과 보건의료 정책 담당자들이 인식해 관련 법률안 개정을 통해 올해 말부터 A형 간염이 지정전염병에서 제1군 전염병으로 격상된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A형 간염을 영ㆍ유아 정기예방접종 대상에 포함시키는 입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내년도 예산안에 영ㆍ유아 대상으로 A형 간염 예방을 위한 백신 지원금액으로 62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정부 예산심의를 통과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토론회와 세미나를 통해 비단 영유아뿐만 아니라 A형 간염 발생위험이 높은 특정세대나 고위험군에 맞춘 일제예방접종(Catch-up)도 중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20대와 30대를 위한 예방접종 지원이 안 되는 상황에서 아직 영ㆍ유아 정기예방접종 시행조차 확정되지 않고 있는 것은 A형 간염의 질병부담에 견주어볼 때 실망스럽다. 국민건강을 위한 국가의 예방접종사업, 영ㆍ유아뿐만 아니라 20대와 30대 코호트를 위한 특별한 관심이 이번 국회에서 현실적인 정책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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