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권 "한푼이라도 더…"

글로벌 신용경색·예금이탈 지속 따라 '자금 확보' 사활

‘한푼이라도 더 자금을 조달하라.’ 자금조달이 은행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글로벌 신용경색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예금 이탈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은행들은 자금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화가 아닌 다른 외화표시 채권 발행을 검토하는가 하면 해외 주택담보대출유동화증권(MBS)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대출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는 바젤2(신BIS협약)가 시행되면 BIS비율마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자금확보를 통한 자산건전성 확보가 필수적인 과제로 평가된다. ◆ ‘자금조달’과 ‘자산건전성 확보’에 올인=“앞으로 최대의 과제는 ‘자금조달’과 ‘자산건전성 확보’다. 은행 경쟁의 승패는 여기서 결정된다. 은행의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누가 자산건전성을 높이는가가 승패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은행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BIS비율 하락이다. 자기자본을 늘리려면 증자 또는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해야 하지만 유상증자 카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금까지는 후순위채를 발행해 BIS비율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내년부터는 금융감독원이 원화표시 후순위채 발행에 제동을 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의 지나친 채권발행이 금리 상승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매도와 정책당국의 외화차입 규제 등으로 달러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양도성예금증서(CD), 회사채에 이어 후순위채 발행마저 어려워진다면 은행의 자금조달은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 신흥시장 통화 표시 채권 등 모든 수단 동원=현재 은행들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자금조달 수단은 해외 MBS다. 우리은행 자금시장본부의 박동영 부장은 “내년 상반기 해외 RMBS를 발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발행방법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도 내년 상반기 중 1조원 규모의 해외 RMBS를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른 은행들도 여기에 가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현재 9,000억원의 주택담보대출 자산에 대해 해외MBS 발행에 대한 동의를 받아놓은 상태이다. 또 달러 확보가 어려워진 점을 감안해 브라질 레알화 등 신흥시장 통화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통화스와프시장(CRS)에서 거래하는 등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일부 은행은 호주달러표시 채권인 캥거루본드를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이나 일본ㆍ유럽 등 메이저 국제 금융시장이 아닌 중남미ㆍ호주 등 주변부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한 뒤 이를 달러화 채권으로 교환(스와프)하는 방식으로 외화자금을 조달한다는 전략이다. ◆ 예금을 더 유치하라=시중은행들은 금리를 경쟁적으로 높여가며 예금을 유치하고 있다. 달러수요 급증으로 달러화를 원화로 바꿀 때 지불하는 통화스와프금리(CRS)가 떨어져 은행간 금리인 이자율스와프금리(IRS)에서 CRS를 뺀 스와프베이시스가 2%포인트 후반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는 은행들이 달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포인트 이상의 가산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자금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은행들이 달러 대신 예금확보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은행들은 대출실적이 좋은 영업창구 직원에 높은 점수를 주지만 앞으로는 예금실적이 좋은 직원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 계획이다. 은행들이 역마진 위험을 무릅쓰고 최고 6% 초반의 고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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