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행보는 정부와 정치권이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과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겠다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하자 선제대응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는 7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 시행되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유증도 걱정된다. 설익은 중복ㆍ과잉 규제는 수직계열화된 대기업집단의 정상적ㆍ효율적 거래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18일 인사청문회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한다'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일부 조항에 대해 "법리 검토를 추가로 해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답변한 것은 다행스럽다.
현대차그룹이 물류 분야에서 완성차ㆍ철강제품 운송 등은 전국 물류 네트워크와 일관물류체계 구축을 위한 대규모 인적ㆍ물적 투자가 선결돼야 할 뿐 아니라 운영 시스템의 기술적 전문성이 크게 요구돼 현행 방식 유지가 불가피하다고 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내부거래의 효율성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면 대기업집단 고유의 경쟁력과 기업인의 의욕을 꺾을 뿐이다.
대기업집단만 몰아세우기보다는 내부거래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총수 일가의 사익추구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많은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경영권 승계가 어렵기 때문인 만큼 상속세율이 과중하지 않은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