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균형감 가져야

현대자동차그룹이 물류ㆍ광고 분야를 시작으로 일감 몰아주기 축소에 나선다고 한다. 국내 물류ㆍ광고 사업에서만도 올해 6,000억원의 물량을 경쟁입찰로 전환하거나 중소기업에 발주하겠다는 것이다. 노하우도 전수한다니 환영할 일이다. 다른 그룹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47개 대기업집단의 광고ㆍ시스템통합(SI)ㆍ물류ㆍ건설 분야 내부거래 27조원 중 상당액이 중소기업 등에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정부와 정치권이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과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겠다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하자 선제대응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는 7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 시행되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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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유증도 걱정된다. 설익은 중복ㆍ과잉 규제는 수직계열화된 대기업집단의 정상적ㆍ효율적 거래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18일 인사청문회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한다'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일부 조항에 대해 "법리 검토를 추가로 해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답변한 것은 다행스럽다.

현대차그룹이 물류 분야에서 완성차ㆍ철강제품 운송 등은 전국 물류 네트워크와 일관물류체계 구축을 위한 대규모 인적ㆍ물적 투자가 선결돼야 할 뿐 아니라 운영 시스템의 기술적 전문성이 크게 요구돼 현행 방식 유지가 불가피하다고 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내부거래의 효율성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면 대기업집단 고유의 경쟁력과 기업인의 의욕을 꺾을 뿐이다.

대기업집단만 몰아세우기보다는 내부거래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총수 일가의 사익추구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많은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경영권 승계가 어렵기 때문인 만큼 상속세율이 과중하지 않은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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